2021년 성장목표 '6% 이상' 보수적 설정…14·5계획 기간 경제성장 목표는 미정
쌍순환·기술자립 본격 시동…2035년까지 목표 제시하며 美 추월 대비
중국 커진 빚 걱정에 '부드러운 출구전략' 가동…부양 축소(종합)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극복하려고 고강도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친 중국이 비상시기 경제 정책을 정상 시기 경제 정책으로 전환하는 출구 전략 가동에 나섰다.

중국이 작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아우르는 고강도 부양책을 가동해 세계적으로 드문 플러스 경제 성장을 이뤄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부채 증가와 자산 거품 형성 문제에 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전략 경쟁 장기화라는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은 속도와 강도를 섬세하게 조절하는 '부드러운 출구 전략'을 통해 자국의 안정적 경제 성장을 도모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급하게 몸 돌리지는 않아"…부양 강도 낮추면서도 '연속성' 강조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전체회의 개막식에서 한 정부 업무보고를 보면, 재정정책 강도가 코로나19 비상시기였던 작년보다 낮아진 점이 먼저 눈에 띈다.

리 총리는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가되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율 목표로 작년의 '3.6% 이상'보다 낮은 '3.2%가량'을 제시했다.

인프라 시설 투자에 주로 쓰이는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도 작년의 3조7천500억 위안보다 소폭 낮아진 3조6천500만 위안으로 잡혔다.

중국 정부는 작년 사상 최초로 경기 부양 목적으로 1조 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했는데 올해는 특별 국채가 따로 발행되지 않는다.

이처럼 중국이 작년보다 재정을 덜 풀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자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3%로 집계돼 1976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그렇지만 유엔 회권국이 아닌 대만을 빼고 세계 주요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점증하는 부채와 자산 거품 우려도 중국이 과감한 재정 적자를 활용한 경기 부양을 계속 펼치는 것을 머뭇거리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작년 말 중국의 총부채 비율(정부, 비금융 기업, 가계 합산)은 270.1%로 전년 말보다 23.6%P 상승했다.

상승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이 경기를 살리고자 돈을 급격히 풀던 2009년의 31.8%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부진한 실물 경제와 과열된 증시 사이의 괴리 논란이 이는 등 거품 우려도 커졌다.

"부동산 영역의 핵심 문제는 여전히 거품이 비교적 크다는 것이고 이는 금융 시스템의 최대 '회색 코뿔소'"라는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의 최근 기자회견 발언은 중국 고위 당국자들의 현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이미 적극적인 부양 기조에서 뚜렷이 벗어나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온건한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실물 경제를 중요시해 통화 정책을 유연하고 정밀하게 집행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인민은행은 작년 연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과 정책 금리를 인하하고 저리 정책 자금을 대규모로 공급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부채 감축 정책 정책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한편으로는 출구전략 가동에 나서면서도 시장에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지 않게 고심한 흔적 역시 역력하다.

가령 올해 재정 적자율 목표인 '3.6% 이상'은 특수 시기였던 작년보다는 낮지만 코로나19 충격이 닥치기 직전 해인 2019년의 2.8%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인 3억6천500만 위안도 2019년의 2조1천500억 위안에 비하면 여전히 많다.

중국 커진 빚 걱정에 '부드러운 출구전략' 가동…부양 축소(종합)
리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연속성'과 '안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거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해 경제가 합리적 구간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촉진할 것"이라며 "시장 주체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지원 강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급하게 몸을 돌리지 않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 등으로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중국이 전체적인 거시 정책의 안정성은 유지하면서도 시장을 얼리지 않기 위한 메시지를 내려 했을 것"이라며 "중국이 작년부터 신형 인프라 사업 등에 돈을 쓰기로 한 것이 많아 재정 적자도 예년 수준으로 낮추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다시 부활한 연간 경제성장 목표…'美 추월' 2035년까지 '중등 선진국'
아울러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제시한 점도 주목된다.

작년 코로나19 충격으로 작년 전인대 연례회에서 처음으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가 1년 만에 다시 경제성장률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다수의 기구와 투자 은행들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대로 예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보수적으로 목표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이끄는 현 중국 지도부가 양적 성장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흐름과도 관련이 되어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중국이 절제된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 "2021년 성장 목표는 8% 이상이던 전문가들의 평균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중국이 다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지만 14차 5개년 계획(14·5계획·2021∼2025년) 개발계획 기간의 중기 목표는 내놓지 않았다.

중국 커진 빚 걱정에 '부드러운 출구전략' 가동…부양 축소(종합)
중국 정부는 이날 별도로 펴낸 14·5계획 및 2035년 장기 발전 청사진 보고서에서 2021∼2025년 평균 경제성장률 목표를 빈칸으로 두고 매년 상황에 따라 목표를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은 12·5계획(2011~2015년)과 13·5계획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를 각각 7%와 6.5%로 정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이번 전인대를 통해 14·5계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미중 신냉전 시대를 맞아 내놓은 해법인 쌍순환(이중 순환) 전략의 본격적 시동을 알린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중국이 2030년을 전후해 미국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이 14·5계획(2021~2025년)과 2035년까지의 경제 청사진 마련을 통해 미국 추월 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의 경제발전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날 별도로 공개한 '14·5계획 및 2035년 장기 목표 강요 초안'에서 2035년까지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할 것이라면서 경제·과학·종합 국력에 대폭 신장하고 1인당 GDP가 '중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쌍순환 전략은 세계 경제(국제 순환)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경제(국내 대순환)를 최대한 발전시켜나간다는 개념으로 초점은 국내 대순환에 맞춰져 있다.

중국공산당이 작년 10월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공식 확정한 쌍순환 전략의 초점은 내수 극대화와 기술 자립을 통한 궁극적인 '자립 경제'의 실현 쪽에 맞춰졌다.

리 총리는 "강력한 국내 시장을 형성하고 새로운 발전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며 "내수 확대 전력을 공급자 측 구조 개혁 심화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혁신이 주도하는 새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기술 자립의 필요성도 크게 강조됐다.

리 총리는 "관건 핵심 기술 프로젝트 분야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며 "10년 동안 칼 하나를 가는 정신으로 핵심 영역에서 중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