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철회 시 북에 잘못된 메시지' 경고하자 미 유엔대사 동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6월 회고록을 발간한다.
이 책에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이란 정책과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현지시간) 유엔 전문 온라인매체 패스블루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회고록 '단호한: 분열된 세계 속 국가들의 단합'이 미국 컬럼비아대 출판부를 통해 출판될 예정이다.
패스블루는 반 전 총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들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회고록 서문에서 "국가들 사이의 분열, 일부 세계 지도자들이 뿜어내는 위험한 증오의 수사,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이 어느 때보다 더 우려스럽다"며 "일부 국가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처럼 유엔이 후원한 협정에 따른 약속 이행을 중단했고, 특정 강대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네스코를 보이콧했다"고 적었다.
이런 지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킨다고 패스블루는 지적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제기구를 무력화하고 국제 협약에서 발을 뺀 대부분의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반 전 총장은 회고록에서 "포퓰리스트 불량배들은 가장 비효율적인 외교관일 것"이라면서 "자기중심적인 이러한 지도자들은 자신의 전략을 노출하고 성과를 자랑하는데 이는 국제 외교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하고 (북한과의) 합의가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줌으로써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힘을 키워줬다"고 비판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우선순위는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 본토의 보호라고 목표를 바꾼 것에 분노했다고 패스블루는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이는 아시아에서 큰 우려가 됐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의 북미 대륙에 대한 영향만 생각하고 여기 아시아에서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며 "동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도 강력하게 비난했다.
회고록 초안에서 반 전 총장은 퇴임 반년 뒤인 2017년 6월 니키 헤일리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와 만나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면서 "헤일리 대사에게 이란을 통제 불능으로 남겨두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 것을 촉구했다"며 "핵무장을 한 이란은 핵무장한 북한보다 다루기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헤일리 전 대사를 만난 시점이 2017년 6월이 아니라 10월이었다며 "초안에 날짜가 잘못 기재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헤일리 대사에게 '미 행정부가 바뀌자마자 이란 핵합의를 철회하면 북한이 여기서 어떤 메시지를 얻겠는가.
핵합의 파기는 북한 지도부에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헤일리 전 대사도 동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견해를 즉각 공유하겠다고 답했다"고 반 전 총장은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1년 뒤 이란 핵합의에서 발을 뺐다.
이런 일화는 대외적으로 이란 핵합의 파기에 찬성한 헤일리 전 대사가 실제로는 핵합의 파기를 우려했음을 시사한다.
또 반 전 총장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대해 "역사적인 실수"라면서 "예측불가능하고 믿을 수 없고 무책임하며 고압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국제협약을 약화시켰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