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 매입한 땅에 관리 필요없는 묘목심거나 비닐 씌워
"보상 많이 받으려는 목적"…주민들 "우린 당장 갈 곳 없어 걱정인데"

"초여름이었을 겁니다. 논에 복토하더니 갑자기 나무를 심더라고요. 당시에는 왜 저러나 했죠."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 옆에서 7년째 재활용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의 말이다.
"초여름에 왜 논에다 저런 나무들을 심나 했더니…"
A씨 사업장 옆에는 2천 평은 될 듯한 토지에 앙상한 묘목이 빼곡히 심겨 있었다.

LH 직원들이 지난해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는 토지다.

A씨는 "지난해 6월이었어요.

사람들이 와서 논에다 흙을 채워 밭으로 만든 뒤 일사천리로 나무를 심더라고요.

왜 이 시기에 나무를 심는지 의아했어요"라며 "최근 뉴스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라고요"라고 했다.

그는 이들이 "신도시로 개발되면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관리가 필요 없는 묘목을 심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토지 도로 건너 비슷한 넓이의 토지에도 고랑마다 비닐이 씌워져 있었으나 묘목이나 농작물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이 토지도 임대로 사업을 하던 기존 고물상을 내보내고 비슷한 시기에 비닐을 씌웠다"며 "같은 LH 직원이나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매입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도시가 개발되면 우리는 또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해야 하는데 갈 데도 없고 답답하다"며 "그런데 LH 직원들은 거액의 융자까지 받아 투기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화가 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초여름에 왜 논에다 저런 나무들을 심나 했더니…"
이 토지로부터 2㎞가량 떨어진 같은 과림동 내 한 토지에도 바닥이 검은 비닐로 덮인 채 30㎝도 안 되는 측백나무 묘목들이 심겨 있었다.

역시 LH 직원 등이 매입한 땅으로 알려졌다.

공장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이 토지 역시 묘목 생산을 목적으로 경작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인근 주민은 말했다.

과림동 일대 도로변에는 '강제수용 결사반대', '환지 개발 코앞인데, 강제수용 웬말이냐!' 등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있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원주민을 포함해 일부 주민은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외지인 토지 소유주 등 상당수 토지소유주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대 땅 상당수가 서울 등 다른 지역 거주자"라며 "이들은 토지를 매입해 주로 임대로 주고 있다.

개발되면 더 큰 이익이 발생할 거로 생각해 찬성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같은 신도시 예정지에 포함된 광명시 노온사동 80대 남성 주민은 "여기가 내 고향이다.

이 나이에 어디로 가느냐"며 "외지인 토지소유주, 투기꾼들만 좋아하겠지"라며 화를 감추지 않았다.

다른 70대 여성 주민도 "시집와서 이곳에서 60여년을 살았다.

이곳을 떠나 어디 가서 살라는 거냐"며 "그냥 이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만약 LH 직원이나 이런 사람들이 정보를 미리 알고 땅 투기를 했다면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명시 노온사동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지역이 며칠 전부터 어수선하다.

개발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빚까지 내면서 땅을 샀다는 소문에 토지를 임대받아 사업을 하거나 원래 고향이 이곳인 주민들이 화를 많이 내고 허탈해한다"고 전했다.

이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그동안 이야기만 계속 나오다가 이번에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돼 이제는 정말 개발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투기 의혹이 불거져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