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한민국 정부 수립'→박근혜 정부 때 '대한민국 수립'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다시 '정부 수립'…법원 "도의적으로도 문제"
정권 입맛 따라 바뀌는 초등교과서…교육부 불법까지 자행
교육부가 정권 입맛에 맞춰 미래세대 교과서 내용을 이리저리 수정하다 결국 불법까지 자행한 과정이 법원 판결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2009년도 개정 교육과정(2009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초등사회 6학년 1학기 교과서 내용 중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돼 있던 1948년 8월 15일에 대한 표현을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께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했다.

교육부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한 집필자 측은 2016년 1월 담당자에게 "일방적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꾼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부가 져라"라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정권 입맛 따라 바뀌는 초등교과서…교육부 불법까지 자행
2017년 3월께 일부 언론이 '대한민국 수립은 박근혜 정부 건국절 사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교육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해명까지 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교육부 방침은 갑자기 정반대로 바뀌었다.

교과서 관련 업무를 하던 교육부 전 과장급 직원 A씨는 2017년 9월께 교육연구사 B씨에게 "원래 교육과정대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꿔야 한다는 민원이 있으면 교과서 수정이 수월하다"고 말했고, B씨는 친한 교사를 통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하급 직원에게 다른 전문가와 교과서 수정·보완 관련 회의를 열게 하고, 교과서 213곳의 수정·보완 관련 정보를 집필 책임자에게 제공하지 않고도 마치 협의를 거친 것처럼 문서를 꾸미도록 교과서 출판사 직원에게 시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교과서 편찬위원회 협의록에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찍게까지 했다.

정권 입맛 따라 바뀌는 초등교과서…교육부 불법까지 자행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죄로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집필 책임자를 배제한 채 교과서 수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는데도 마치 집필자 측에서 수정 후 발행 승인을 청한 것처럼 외관을 꾸몄다"며 "도의적으로도 정당성을 받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009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맞추려 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새 행정부 출범 후 약 4개월 만에 느닷없이 기존 입장을 바꾼 점을 볼 때 동기의 순수성이 의심스럽다"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