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우려로 강제 화장 고수하다 파키스탄 총리 방문 후 변경
스리랑카 '코로나19 사망자 매장 금지' 철회…무슬림 환영
스리랑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고수했던 코로나19 희생자 강제 화장 정책을 철회했다.

무슬림들은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화장을 기피하는데 스리랑카의 이런 정책에 대해 그간 이슬람권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해왔다.

27일 데일리미러 등 매체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해 화장뿐 아니라 매장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스리랑카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4월 감염 사망자 화장령을 내렸다.

불교 승려들이 시신을 매장하면 지하수가 오염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리랑카 정부의 새 정책에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화장된 이 가운데 생후 20일 된 무슬림 가족의 신생아까지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국은 지난해 말 신생아 부모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슬람 교도는 당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화장장 출입문에 흰 손수건과 리본 수천 장을 묶기도 했고 시위도 벌였다.

스리랑카 '코로나19 사망자 매장 금지' 철회…무슬림 환영
이슬람권 국가들도 스리랑카 내 무슬림이 처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최근 유엔(UN)에서 관련 이슈를 제기하기도 했다.

OIC는 "스리랑카 내 무슬림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가족을 매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의 경우 스리랑카 무슬림에게 자국 내 이슬람 묘지를 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그러다가 최근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가 스리랑카를 방문하면서 당국의 조치가 변경됐다.

칸 총리는 스리랑카 정부의 강제 화장 조치 철회와 관련해 전날 트위터를 통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 무슬림도 당국의 정책 변경을 반겼다.

다만, 스리랑카 보건부는 이번 조치 변경 이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당국 관계자는 "칸 총리가 최근 방문 때 무슬림 매장 허용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구 2천100만명의 스리랑카에서는 불교도 비중이 약 70%로 압도적으로 크다.

이어 힌두교도(13%), 무슬림(10%) 순이다.

현지 불교도와 힌두교도는 대체로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지만 무슬림은 시신의 머리를 성지 메카로 향하도록 한 채 매장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이날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각각 8만2천430명, 459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