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폭확대 속 한판 충돌 후 후퇴…"단결·상하원 선거승리가 중요"
트럼프 저격에 꼬리내린 매코널…"차기 후보 되면 전적 지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을 빚은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가 되면 전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발생한 의회 폭동 사태를 둘러싼 '내란 선동' 탄핵안의 부결을 계기로 보폭을 넓혀가며 공화당 지지층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가운데 적전분열 양상을 경계하며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미언론에 따르면 매코널 대표는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2024년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최소한 4명의 의원에 더해 주지사들, 그리고 그 외 인사들이 대선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완전히 열린 레이스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공화당 후보로 선출될 경우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의 후보로 선출된다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언급은 공화당이 탄핵안의 상원 부결 후 트럼프와 결별하길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던 매코널 대표로서는 180% '전향'한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풀이했다.

앞서 매코널 대표는 탄핵안이 지난 13일 상원에서 부결된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질적·윤리적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 거친 표현을 써가며 직격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분노에 찬 성명을 내고 공화당이 매코널과 함께한다면 다시는 선거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으며 응징했다.

그는 친(親)트럼프 후보 지원방침도 밝히며 향후 중간선거 등의 국면에서 전면 등판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명 발표 이후 침묵을 지켜온 매코널 대표가 그를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폭스뉴스 진행자가 지난 13일 트럼프를 맹비난했던 자신의 발언 영상을 틀자 매코널 대표는 즉답을 피한 채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어젠다에 맞서 단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일을 지금 이야기할 계제가 아니라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지금 맞서야 할 상대는 새 행정부라는 점을 내세웠다.

매코널 대표는 올초 공화당의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 2석 패배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책임이 있는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연설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 답을 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CPAC 행사의 마지막 날인 오는 28일 연사로 나선다.

퇴임 후 첫 공개행사 참석이다.

공화당은 의회 폭동 사태 이후 한때 탈(脫)트럼프를 모색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상·하원 탈환을 위해 필요한 지지층에 대한 확고한 장악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관계 설정을 놓고 고민이 크다.

매코널 대표는 "2022년 상·하원을 이기는 데 집중하자"며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상·하원 선거 승리에서 이겨야 대선 승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 친(親)트럼프 중진으로, 지난 주말 플로리다를 찾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매코널 대표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트윗을 통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내다보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아주 좋은 발언"이라고 즉각 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