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식당 첫 번째 손님이세요.

반년 가까이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
25일 정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울중앙이슬람성원 맞은편에서 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 식당을 운영하는 모로코 출신 A(54) 씨는 연신 한숨을 지었다.

점심시간이지만 식당에 마련된 20여 개의 좌석은 모두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이태원 할랄식당 '썰렁'…외국인 주인 "버티기 힘드네요"
그는 "2019년 말 한국에 온 뒤 1년 4개월째 여기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불경기가 이어진 적이 없었다"며 "평소보다 매출이 70∼8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부터 줄곧 성원이 폐쇄되면서 이 근처에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며 "금요일 합동 예배 등 주요 종교 행사가 끊기면서 이슬람 신도도 사라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상권인 서울 용산 이태원동과 한남동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상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발맞춰 서울중앙성원을 폐쇄하며 이 주변 상권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찾은 성원 주변에 있는 할랄 음식점과 식자재 상점 중 상당수가 '영업을 쉬어간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영업 중인 식당 10여 군데 가운데 손님을 받은 곳은 일부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B 씨는 "괜히 미운털이라도 박힐까 봐 친구들 만나는 일도 자제하고 외출도 가급적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해밀턴 호텔 주변에서 10년 가까이 케밥(터키의 대표적 육류 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터키 출신 C(52) 씨도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해 매출이 5분의 1 수준"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버티자는 생각인데 한계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종업원을 줄이고 포장 전용 메뉴도 개발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봤으나 신통치 않다"며 "매달 수백만 원의 손해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태원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0.3%로, 서울 전체(5.7%)보다 6배 가까이 높았다.

이태원 상가 3곳 중 1곳은 폐업이라는 의미다.

이태원 할랄식당 '썰렁'…외국인 주인 "버티기 힘드네요"
언어 문제 등으로 정부 재난지원금이나 소상공인 대출을 받기 힘들다는 이들도 있다.

2019년 한국에 온 중동 출신 한 상인은 "지원금 등을 받으려 구청 등에 문의해 봤으나 절차도 어렵고 외국어로 병기된 안내문이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국적에 따라 지원금 수령 여부가 갈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어 이외에 다른 언어로 만든 안내문이나 홈페이지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이제껏 용산 미군기지 축소나 각종 불황 등을 겪었지만 코로나19 사태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며 "일회성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그칠 게 아니라 외국인 상인은 물론이고 이태원 상권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