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저널리스트 '휴먼카인드' 번역 출간

"인간은 본성 자체가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며 공황 상태에 쉽게 빠진다는 신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실에서는 그 반대가 진실이다.

인간은 위기가 닥칠 때 최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33)은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에서 '이기적 유전자'로 대표되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관점을 바꾸자고 제안하며, 인간은 위기 속에서 어김없이 선한 본성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1912년 타이태닉호 침몰 때 영화와 달리 질서정연하게 대피가 이뤄진 것, 2001년 9·11 테러 당시 사람들이 소방대원이나 부상자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비켜준 것 등의 사례를 제시한다.

인간은 이런 위기의 순간에 군중심리와 공황에 빠지는 존재가 아니며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책은 2006년 미국 델라웨어대 재난연구센터의 연구 결과도 언급한다.

1963년 이래 700여 건의 현장 연구 결과 재난 발생 시 범죄율은 감소하고 사람들이 물품과 서비스를 공유하는 이타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은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설교집이 아니다.

우리가 천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인간 본성을 긍정적으로 믿기 시작한다면 실제 현실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이기적이고 공격적이지 않아"
책은 인간의 내면이 악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각종 심리학 연구의 오류와 모순도 파헤친다.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등을 살핀다.

짐바르도는 실험을 통해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한 18명의 학생이 교도소란 부정적 환경에 놓이면서 가혹행위를 저지르는 등 비인간적으로 변했다며 일반인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저자는 50년이 지난 후 이 실험에 관한 후속 연구와 스탠퍼드대 기록보관소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짐바르도가 교도관들에게 가혹행위를 요구하는 등 의도에 맞게 실험을 이끌어가는 '요구 특성'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2001년 영국 BBC방송이 이 실험을 재현했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죄수와 교도관이 친구가 됐다는 말도 덧붙인다.

저자는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을 반박하기 위해 실제 사례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수개월의 문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무인도에 고립돼 야만인으로 변해가는 소설 속 소년들과 달리 1965년 태평양 통가제도의 무인도 아타섬 에 15개월간 고립된 6명의 소년은 소설처럼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소설 속 이야기가 부정적인 관점과 믿음을 만드는데, 이는 곧 인간의 행태를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내세운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철학과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 등 부정적인 세계관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유지한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 스스로 참여와 저항의 의미, 행동할 의무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사회를 재조직하는 근본 원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현욱 옮김. 588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