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금융시장, 大격변의 전주곡인가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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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한 '인플레 우려'와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 체제'의 대공격
금융시장이 심상찮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축으로 있는 미국 금융시장이고 그렇고, 국내 주식시장도 그런 양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하루에 1000만원씩 널뛰고, 이른바 미국 기술주들의 하락세도 아찔할 정도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가계 빚 통계가 더 무섭게 들리는 와중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성큼 다가온다. 24일자 한경 톱 사설 제목이 <우려 넘어 ‘실체적 위험’으로 다가온 인플레>였다. ‘성큼 다가온 인플레’로 잡혔던 제목의 글자 수를 '종이 신문'에 맞게 좀 줄이려다보니 ‘성큼’은 빠졌다. 오전 논설회의에서도 이 문제로 적지 않은 토론이 벌어졌다. 생활물가 급등으로 근래 들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섞인 토론이 있었는데, 이젠 뭔가 주변에 다가온 느낌? 상황?을 짚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물론 당장 내일, 다음 달 금리가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향성은 언제나 중요하다. 초저금리에 올라 타 모두가 느슨히 즐겨온 글로벌 금융시장이라는 초거대 함선이 방향을 바꾼다면? 언젠가는 올 상황이라고 시장참여자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지 않나. 하나의 거대한 치킨 게임에서 유동성 파티를 즐겨오지 않았나. 그렇게 집값이 올랐고, 주식시장도 급등하지 않았나.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가 하락은 발 빠른 이들의 이탈행렬은 아닌가. 한국채권도 올랐다. 지면에서는 여전히 바닥인 한국 금리에 대해서도 지난해 4월 이후(3년 만기 국고채), 2019년 4월 이후(10년 만기 국고채) 최고치라며 ‘급등’이라고 했다.
때마침 한국은행의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이라는 정례 통계가 나왔다. 가계 빚이 지난해에만 126조원가량 늘어 잔액이 1726조1000억원이라고 발표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늘어난 것이다. 사실 빚 늘어난 것으로 치자면 대한민국 정부를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작정하고 빚을 내 온갖 엉터리 정책에까지 마구 퍼붓는 정부 아닌가. 어떻든 정부부터 위시해 기업은 물론 가계까지 ‘빚 공화국 대한민국’은 새삼스런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퍼진 시장에는 이런 것이야말로 새삼스런 악재다. “주식 사들이고 부동산 구입하기 위해 늘어난 빚”이라는 해석이 여러 매체에 실렸다. ‘빚투’니 ‘영끌’이 생활용어가 돼 버린 점을 돌아보면 틀린 해석도 아니다. 다른 모 경제신문은 이날 <유동성 파티 후 가계부채 폭탄 대비하라>는 논평의 사설을 실었다.
한쪽으로 쏠리면 쏠릴수록 시장은 더 출렁거리게 된다. 일종의 악순환이 된다. 물론 시장이 건전하다면 바로 복원될 것이다. 이른바 펀더멘틀이 받쳐 주는 증시라면 출렁거림을 이겨내고 균형을 찾을 것이다. 그런 복원력이 개별 시장의 체력이고 힘일 것이다.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은 어떤 국면인가. 특히 한국의 증시는 어떤 상태인가. 기초 체력이 있는가. 며칠간의 시장 동향을 보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이다.
당연한 일이기도 했겠지만, 한은이 암호화폐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한 측면도 있는 발언이었다. 하긴 스스로 발행하지 않은 그 무엇이 ‘화폐’라고 외치며 화폐 구실을 하려 드는 것을 용인하고 좋아할 중앙은행이 세상 어디에 있겠나.
미국이 암호화폐에 대해 강한 경계론을 펴는 것도 기존 화폐질서를 수호하려는 중앙은행의 자구적 방어 자세와 연관시켜 보면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미국이야말로 달러로 세계의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했고, 달러의 패권은 전 세계를 누비는 미군들만큼이나 강한 존재가 됐다. 중국이 오매불망 달러중심의 국제금융질서를 흔들려는 것도 단순히 자국 내 금융과 화폐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는 달러와 위안의 국제적 위상, 달러 패권의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점에, 한은에 앞서 나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비트코인 혹평론도 다시 상기해볼 만하다. 이전에 미국 중앙은행 Fed 수장도 지낸 옐런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 수단” “매우 투기적인 자산인데다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고 맹비판했다. 국가 간 평가라면 한판 전쟁이 일어날 정도의 맹공이다.
물론 테슬라도, 일론 머스크도 만만찮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트레저리(미국 재무부)에 맞서지 말라”라는 격언이 통할까. 아니면 신세계로 달리는 선구 기업인과 시장의 신흥 투자 세력들이 새 판을 짤까.
결국 Fed가 나서기는 했다. "미국 경기회복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다"며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진화한 제롬 파월 의장의 시장 무마론이 먹힐까. 새로 주목할 포인트다.
금융시장이 안정화를 위한 일종의 ‘자율적 균형잡기’ 과정인지, 멀리로만 여겼던 폭풍이나 지진의 심각한 전조인지 모두가 신경을 바짝 기울일 때다. 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며칠이 고비가 될지 모른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가계 빚 통계가 더 무섭게 들리는 와중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성큼 다가온다. 24일자 한경 톱 사설 제목이 <우려 넘어 ‘실체적 위험’으로 다가온 인플레>였다. ‘성큼 다가온 인플레’로 잡혔던 제목의 글자 수를 '종이 신문'에 맞게 좀 줄이려다보니 ‘성큼’은 빠졌다. 오전 논설회의에서도 이 문제로 적지 않은 토론이 벌어졌다. 생활물가 급등으로 근래 들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섞인 토론이 있었는데, 이젠 뭔가 주변에 다가온 느낌? 상황?을 짚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금리의 역습'… 다시 부각된 '유동성 파티 경고'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사실이 큰 뉴스였다. 코로나 쇼크로 더 떨어지고 더 연장되어온 저금리 시대가 그렇게 끝나는 것이냐는 문제제기였다. 한경 뉴스 지면에는 ‘금리의 역습’이라는 내용과 제목이 나란히 실렸다.물론 당장 내일, 다음 달 금리가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향성은 언제나 중요하다. 초저금리에 올라 타 모두가 느슨히 즐겨온 글로벌 금융시장이라는 초거대 함선이 방향을 바꾼다면? 언젠가는 올 상황이라고 시장참여자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지 않나. 하나의 거대한 치킨 게임에서 유동성 파티를 즐겨오지 않았나. 그렇게 집값이 올랐고, 주식시장도 급등하지 않았나.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가 하락은 발 빠른 이들의 이탈행렬은 아닌가. 한국채권도 올랐다. 지면에서는 여전히 바닥인 한국 금리에 대해서도 지난해 4월 이후(3년 만기 국고채), 2019년 4월 이후(10년 만기 국고채) 최고치라며 ‘급등’이라고 했다.
때마침 한국은행의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이라는 정례 통계가 나왔다. 가계 빚이 지난해에만 126조원가량 늘어 잔액이 1726조1000억원이라고 발표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늘어난 것이다. 사실 빚 늘어난 것으로 치자면 대한민국 정부를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작정하고 빚을 내 온갖 엉터리 정책에까지 마구 퍼붓는 정부 아닌가. 어떻든 정부부터 위시해 기업은 물론 가계까지 ‘빚 공화국 대한민국’은 새삼스런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퍼진 시장에는 이런 것이야말로 새삼스런 악재다. “주식 사들이고 부동산 구입하기 위해 늘어난 빚”이라는 해석이 여러 매체에 실렸다. ‘빚투’니 ‘영끌’이 생활용어가 돼 버린 점을 돌아보면 틀린 해석도 아니다. 다른 모 경제신문은 이날 <유동성 파티 후 가계부채 폭탄 대비하라>는 논평의 사설을 실었다.
한쪽으로 쏠리면 쏠릴수록 시장은 더 출렁거리게 된다. 일종의 악순환이 된다. 물론 시장이 건전하다면 바로 복원될 것이다. 이른바 펀더멘틀이 받쳐 주는 증시라면 출렁거림을 이겨내고 균형을 찾을 것이다. 그런 복원력이 개별 시장의 체력이고 힘일 것이다.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은 어떤 국면인가. 특히 한국의 증시는 어떤 상태인가. 기초 체력이 있는가. 며칠간의 시장 동향을 보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이다.
◆韓·美 동시의 암호화폐 맹비판, '기존 체제'의 방어전 어떻게 전개될까
관련해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나온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비트코인 가격이 왜 이렇게 높은지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기준과 판단 척도로 볼 때 현재 암호화폐 가격은 이상 급등으로 보인다”고 비트코인의 면상을 후려친 것은 국회에서였다. 중앙은행의 수장으로, 더구나 신중하고 유한 성품의 이 총재가 이렇게 강하게 말한 것은 아주 작정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테슬라가 찻값으로 비트코인을 받겠다고 하면서 제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불수단을 인정한 것도 급등요인이었다고 언급했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올랐을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당연한 일이기도 했겠지만, 한은이 암호화폐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한 측면도 있는 발언이었다. 하긴 스스로 발행하지 않은 그 무엇이 ‘화폐’라고 외치며 화폐 구실을 하려 드는 것을 용인하고 좋아할 중앙은행이 세상 어디에 있겠나.
미국이 암호화폐에 대해 강한 경계론을 펴는 것도 기존 화폐질서를 수호하려는 중앙은행의 자구적 방어 자세와 연관시켜 보면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미국이야말로 달러로 세계의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했고, 달러의 패권은 전 세계를 누비는 미군들만큼이나 강한 존재가 됐다. 중국이 오매불망 달러중심의 국제금융질서를 흔들려는 것도 단순히 자국 내 금융과 화폐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는 달러와 위안의 국제적 위상, 달러 패권의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점에, 한은에 앞서 나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비트코인 혹평론도 다시 상기해볼 만하다. 이전에 미국 중앙은행 Fed 수장도 지낸 옐런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 수단” “매우 투기적인 자산인데다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고 맹비판했다. 국가 간 평가라면 한판 전쟁이 일어날 정도의 맹공이다.
물론 테슬라도, 일론 머스크도 만만찮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트레저리(미국 재무부)에 맞서지 말라”라는 격언이 통할까. 아니면 신세계로 달리는 선구 기업인과 시장의 신흥 투자 세력들이 새 판을 짤까.
결국 Fed가 나서기는 했다. "미국 경기회복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다"며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진화한 제롬 파월 의장의 시장 무마론이 먹힐까. 새로 주목할 포인트다.
금융시장이 안정화를 위한 일종의 ‘자율적 균형잡기’ 과정인지, 멀리로만 여겼던 폭풍이나 지진의 심각한 전조인지 모두가 신경을 바짝 기울일 때다. 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며칠이 고비가 될지 모른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