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선을 그었지만, 국회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장관에게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밝히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 간, 또는 당청 간 이견이 있는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이나 정부, 청와대가 검찰개혁 방향을 공유하고 있고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월말이나 3월초에 검찰개혁 특위 차원에서 법안 발의가 예정돼 있고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상반기 중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도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검찰수사권 박탈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의중을 묻는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께서 속도조절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충분히 속도조절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개 발언만 놓고 보면 당은 수사·기소 완전분리를 당초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청와대는 속도조절에 무게를 실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진의를 놓고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유 실장 간 공방에 가까운 발언도 오갔다.
운영위원장인 김 원내대표가 나서서 "정확한 워딩이 '속도 조절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지적을 했고, 유 실장은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당시 "대통령께서 제게 주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다.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대전보호관찰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에서 속도조절로 뭉뚱그려 다룬 듯 한데 제가 속도조절이라고 표현하지 않았고 대통령도 그런 표현을 쓴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라면서도 "검찰이 가진 중요범죄나 반부패 수사역량의 자질이 (수사·기소 분리 작업과) 조화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당부한 '반부패 수사 역량의 후퇴 방지'도 고려하며 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특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박 장관 발언에 대해 "그게 과연 속도 조절이냐.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고, 황운하 의원도 "검찰, 보수언론 등 수사청 설치를 좌초시키고 싶은 분들이 속도 조절론으로 왜곡해 포장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제 와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강경론에 쐐기를 박았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검찰개혁 속도전으로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속도 조절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여러 쟁점이 제기될 것"이라며 "공론화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냐에 따라 일정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