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살피랬더니 있는지도 몰라…반복된 경계실패 軍 왜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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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음 2차례에도 오작동 오인하고 최초 식별 후 31분 지나서야 보고
후속 대책도 대부분 '재탕'…총체적 난국에 근본대책 필요 지적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군의 대응은 그야말로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있었던 '배수로 월북'으로 배수로를 일제 점검하라고 했지만, 군은 관할 구역 내에 배수로가 어디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 그가 군 감시장비에 무려 10번이나 포착됐음에도 마지막 2번에서야 수상한 낌새를 알아챌 정도로 안이했다.
최근 월남 사례 때마다 지적됐던 문제점이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됐지만, 군은 또다시 비슷한 대책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 관리 목록에도 없던 배수로 3개 중 1개로 북한 남성 월남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조사단은 해안 철책 배수로 관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를 발견했다.
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는 이 3개 중 하나로,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이미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합참은 추정했다.
나머지 2개 배수로는 차단막이 제대로 설치돼 있었다.
군 당국은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모든 해안과 강안의 수문과 배수로를 전수조사해 보강하겠다고 했다.
이후 해당 부대는 상급부대에 '점검을 완료했다'고 보고했으나 이번에 추가로 발견된 배수로 3개는 누락됐다.
합참에 따르면 추가로 발견된 배수로는 새로 건설된 동해선 철도 아래 콘크리트 방벽에 있었다.
콘크리트 방벽 위로는 철책이 있고, 배수로 출구 부분에 돌출된 부분이 없어 철책 안쪽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게 합참 측의 설명이다.
또 해당 해안의 철책 바깥쪽은 평소 미확인 지뢰 유실 우려 지대로 관리돼 이번 조사 전까지 철책 밖에서 맨눈으로 배수로 유무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철책 안쪽에 있던 배수로 입구에 대해 해당 부대는 해안으로 연결된 배수로가 아니라 인근 시설에서 오수가 나오는 곳으로 인식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강화도 연미정 (월북) 사건 이후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현장에서 확인했어야 하는 데 미흡했다"면서 "배수로가 안 보이는 지점도 물의 흐름을 보면서 배수로의 유무를 추정해야 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 경보음 2차례 울렸는데도 무대응…경계 실패 반복
해안 감시장비 확인 결과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오전 1시 5분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온 뒤 오전 1시 40∼50분께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하기 전까지 근거리감시카메라(CCTV) 4대에서 5차례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상황실에 경고등이 켜지고 경보음이 울리면서 해당 화면이 컴퓨터 모니터에 두 차례나 팝업창으로 떴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럴 경우 감시병은 바로 함께 근무하는 상황실 간부에게 보고하고 관련 영상을 확인해 조처를 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감시병은 이를 오작동으로 판단해 무시했고, 함께 근무하던 상황실 간부도 부대와 업무 통화를 하면서 놓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군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 남성은 북한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3시간 넘게 5㎞ 이상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까지 7번 도로를 따라 아무런 제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그는 이후에도 오전 4시 12∼14분에는 현지 해군 부대인 합동작전지원소 CCTV에 3차례, 이어 4시 16∼18분에는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 CCTV에 2차례 등 총 10차례에 걸쳐 군 CCTV 포착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군이 대응에 나선 것은 민통선 소초 CCTV에 포착된 마지막 2차례뿐이었다.
오전 4시 16분 최초 식별 이후 31분이 지난 시점에 최초 상황보고가 이뤄져 오전 4시 50분에야 사단장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관계자는 "신원 미상 인원을 최초 식별하고 7번 도로로 이동하고 1명이었다는 점에서 바로 조치가 가능했을 것으로 안일하게 판단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는 작년 11월에도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넘은 뒤 14시간 30분이나 지나 남쪽으로 1.5㎞나 이동한 뒤에야 신병을 확보한 바 있다.
또 2012년 10월에는 이 부대에서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발생하기도 했다.
◇ 합참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 전수조사"…후속대책도 '재탕'
'노크 귀순', '철책 귀순'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군의 경계 실패가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안 경계 실패의 대표적 사건인 2019년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때에도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합참은 "환골탈태의 각오"라며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작년 11월 '철책 귀순'과 같은 해 7월 탈북민 월북 사건 당시 군이 내놓은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험준한 산악 지형과 긴 해안을 함께 경계하는 이 부대의 책임구역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도 고성 일대의 전방 육상 30㎞, 해안 70㎞ 등 100㎞에 달하는 육군 22사단의 경계 책임구역이 25∼40㎞ 수준인 다른 GOP(일반전초) 사단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전군에서 유일하게 전방 GOP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으면서도 다른 GOP사단과 마찬가지로 3개의 여단을 운용하고 있다.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2개 여단과 1개 예비여단으로 구성된 다른 GOP사단과 달리 예비여단 없이 3개 여단을 모두 육상과 해안 경계에 투입하는 셈이다.
이에 합참은 "국방부-합참-육군본부와 통합으로 해당 부대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겠다"며 "편성, 시설 및 장비 보강소요 등 임무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합참이 내놓은 유일하게 새로운 대책이었다.
/연합뉴스
후속 대책도 대부분 '재탕'…총체적 난국에 근본대책 필요 지적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군의 대응은 그야말로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있었던 '배수로 월북'으로 배수로를 일제 점검하라고 했지만, 군은 관할 구역 내에 배수로가 어디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 그가 군 감시장비에 무려 10번이나 포착됐음에도 마지막 2번에서야 수상한 낌새를 알아챌 정도로 안이했다.
최근 월남 사례 때마다 지적됐던 문제점이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됐지만, 군은 또다시 비슷한 대책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 관리 목록에도 없던 배수로 3개 중 1개로 북한 남성 월남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조사단은 해안 철책 배수로 관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를 발견했다.
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는 이 3개 중 하나로,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이미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합참은 추정했다.
나머지 2개 배수로는 차단막이 제대로 설치돼 있었다.
군 당국은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모든 해안과 강안의 수문과 배수로를 전수조사해 보강하겠다고 했다.
이후 해당 부대는 상급부대에 '점검을 완료했다'고 보고했으나 이번에 추가로 발견된 배수로 3개는 누락됐다.
합참에 따르면 추가로 발견된 배수로는 새로 건설된 동해선 철도 아래 콘크리트 방벽에 있었다.
콘크리트 방벽 위로는 철책이 있고, 배수로 출구 부분에 돌출된 부분이 없어 철책 안쪽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게 합참 측의 설명이다.
또 해당 해안의 철책 바깥쪽은 평소 미확인 지뢰 유실 우려 지대로 관리돼 이번 조사 전까지 철책 밖에서 맨눈으로 배수로 유무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철책 안쪽에 있던 배수로 입구에 대해 해당 부대는 해안으로 연결된 배수로가 아니라 인근 시설에서 오수가 나오는 곳으로 인식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강화도 연미정 (월북) 사건 이후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현장에서 확인했어야 하는 데 미흡했다"면서 "배수로가 안 보이는 지점도 물의 흐름을 보면서 배수로의 유무를 추정해야 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 경보음 2차례 울렸는데도 무대응…경계 실패 반복
해안 감시장비 확인 결과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오전 1시 5분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온 뒤 오전 1시 40∼50분께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하기 전까지 근거리감시카메라(CCTV) 4대에서 5차례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상황실에 경고등이 켜지고 경보음이 울리면서 해당 화면이 컴퓨터 모니터에 두 차례나 팝업창으로 떴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럴 경우 감시병은 바로 함께 근무하는 상황실 간부에게 보고하고 관련 영상을 확인해 조처를 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감시병은 이를 오작동으로 판단해 무시했고, 함께 근무하던 상황실 간부도 부대와 업무 통화를 하면서 놓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군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 남성은 북한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3시간 넘게 5㎞ 이상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까지 7번 도로를 따라 아무런 제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그는 이후에도 오전 4시 12∼14분에는 현지 해군 부대인 합동작전지원소 CCTV에 3차례, 이어 4시 16∼18분에는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 CCTV에 2차례 등 총 10차례에 걸쳐 군 CCTV 포착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군이 대응에 나선 것은 민통선 소초 CCTV에 포착된 마지막 2차례뿐이었다.
오전 4시 16분 최초 식별 이후 31분이 지난 시점에 최초 상황보고가 이뤄져 오전 4시 50분에야 사단장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관계자는 "신원 미상 인원을 최초 식별하고 7번 도로로 이동하고 1명이었다는 점에서 바로 조치가 가능했을 것으로 안일하게 판단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는 작년 11월에도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넘은 뒤 14시간 30분이나 지나 남쪽으로 1.5㎞나 이동한 뒤에야 신병을 확보한 바 있다.
또 2012년 10월에는 이 부대에서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발생하기도 했다.
◇ 합참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 전수조사"…후속대책도 '재탕'
'노크 귀순', '철책 귀순'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군의 경계 실패가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안 경계 실패의 대표적 사건인 2019년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때에도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합참은 "환골탈태의 각오"라며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작년 11월 '철책 귀순'과 같은 해 7월 탈북민 월북 사건 당시 군이 내놓은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험준한 산악 지형과 긴 해안을 함께 경계하는 이 부대의 책임구역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도 고성 일대의 전방 육상 30㎞, 해안 70㎞ 등 100㎞에 달하는 육군 22사단의 경계 책임구역이 25∼40㎞ 수준인 다른 GOP(일반전초) 사단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전군에서 유일하게 전방 GOP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으면서도 다른 GOP사단과 마찬가지로 3개의 여단을 운용하고 있다.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2개 여단과 1개 예비여단으로 구성된 다른 GOP사단과 달리 예비여단 없이 3개 여단을 모두 육상과 해안 경계에 투입하는 셈이다.
이에 합참은 "국방부-합참-육군본부와 통합으로 해당 부대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겠다"며 "편성, 시설 및 장비 보강소요 등 임무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합참이 내놓은 유일하게 새로운 대책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