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어선 전복사고 4일째…생존 가능성 점점 줄어
"한두 달만 일한다고 했는데"…실종 베트남인 동생 침통
"한두 달 정도 임시로 일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22일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수협 한쪽에 마련한 거룡호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만난 베트남인 A(42)씨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A씨는 거룡호에 탄 베트남인 선원 3명 가운데 1명인 B씨(45) 동생이다.

다른 곳에서 선원 생활을 한 B씨는 일거리가 없어 두어 달 쉬다가 지인 소개로 지난달 24일부터 구룡포에서 선원으로 일했다.

애초엔 모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출입국에 어려움이 많아 임시로 일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9일 조업하러 나갔다가 배가 침수돼 전복되면서 실종됐다.

전북 군산에서 소식을 들은 A씨는 곧바로 달려와 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B씨 배우자와 부모는 모두 베트남에 산다.

가족 모두 충격에 빠졌지만, 당장 오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로 출입국이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경주 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부리나케 달려온 손위 처남 C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다.

빨리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 만 3일이 되면서 실종자 생존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는 6명이 탄 9.77t급 어선 거룡호가 경주 감포 해상에서 전복된 지 이틀이 지난 21일 숨진 베트남인 선원 1명을 해상에서 발견하고 배 안에 생존한 한국인 선원 1명을 구조했다.

해경은 집중 수색에도 실종자가 더 발견되지 않자 22일 오전 7시 52분께 배를 선적지인 포항 구룡포항으로 예인하기 시작했다.

이 배는 한국인 2명과 베트남인 3명, 중국 교포 1명 등 6명이 태우고 출항했다.

현재 한국인 1명, 베트남인 2명, 중국 교포 1명이 실종 상태다.

다른 베트남인 실종자의 친구는 포항에서 선원 생활을 하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그는 "친구가 배를 탄 지 며칠 되지 않았고 한 두 달만 하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베트남에서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여서 무척 슬프다"고 울먹였다.

현재 정부와 포항수협은 실종자 가족에게 대기실과 숙소, 식사 등을 제공하며 수색과 관련한 내용을 정기적으로 알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지인들은 실종자를 찾지 못한 것 외에 크게 불편함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불교 신도가 많은 베트남인 특성을 고려해 시신을 찾지 못한다면 사고 현장에서 제사를 지내고 싶다고 밝혔다.

"한두 달만 일한다고 했는데"…실종 베트남인 동생 침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