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와 함께 나란히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오른 조선인이 있었다.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수다. 시상식에서 손기정 선수는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주어지는 월계수 화분으로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렸지만, 일장기를 가릴 수 없었던 남승룡 선수는 굳은 표정으로 하염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1912년 11월 23일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남승룡 선수는 일본 메이지대 재학 중 손기정 선수와 함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종목 일본 대표 선수로 선발됐다. 남승룡 선수는 이 대회에서 2시간31분42초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남승룡 선수는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손기정 선수에 대해 “금메달이 아니라 화분이 부러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태극 마크를 달고 뛰길 원했던 그는 광복 이후인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12위의 성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후 1947년부터 1963년까지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를 지내고, 전남대 교수로도 활동했다. 2001년 2월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