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제 '클럽하우스' 못하지?" "응, 이전에 가입한 사람은 쓸 수 있는데 신규 가입은 막혔어. 클럽하우스뿐만 아니라 페북·인스타도 못하고 큐큐(QQ·텐센트의 메신저) 밖에 못해."

인권·민주주의 등 中 아킬레스건 흔들자 '차단'

지난 18일 오후 8시. 클럽하우스에 개설된 한 대화방에선 중국 대륙, 대만, 미국 등지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의 열띤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한 가입자는 "얼마 전 중국 시안에 입국했는데 자가격리를 한 달 동안 해야 한다. 지금 호텔 밖 창문에서 보면 사람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안 쓰고 있는데 왜 이렇게 엄격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습니다.

그러자 한 가입자는 "역시 중국처럼 중앙집권 국가는 강력한 행정력이 돋보인다"고 했고, 또 다른 가입자는 "우리 대만은 아주 자유롭다. 그렇게까지 강제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대화는 늦은 저녁까지 5시간 이상 이어졌습니다.
중국에서도 클럽하우스 인기가 높지만 현재는 일부 가입자만 사용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지난 8일부터 중국 당국이 본토 내에서의 클럽하우스 이용을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그간 당국이 금기시해온 홍콩·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부터 양안 문제(중국·대만의 정통성 문제)까지 자유로운 사상이 깃든 대화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정부가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으로 막은 것입니다.

우회 접속을 돕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면 클럽하우스에 접근할 수 있지만, 적발되면 1만5000위안(약 257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클럽하우스 차단 소식에 한 웨이보 이용자는 "중국판 클럽하우스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서비스 품질보증을 위해 모두 감청하겠습니다'는 문구가 뜰 것"이라는 우스갯말을 적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클럽하우스에서는 수십 년간 끊겼던 중국과 대만 젊은이들의 인적 교류가 뜨거웠습니다.

'모더레이터·스피커·조용히 나가기까지' 판박이

최근 중국에서는 '짝퉁' 클럽하우스 앱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민감한 주제가 다뤄지는 만큼,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차단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개발에 착수해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스마티잔 창업자 뤄용하오(罗永浩)는 웨이보에 "내가 아는 것만 해도 10여개 회사가 클럽하우스 앱을 카피하고 있다"며 "춘절(설) 연휴에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판 짝퉁 클럽하우스 '두이화바'(对话吧·대화하자)가 출시됐습니다. 이 앱은 미국의 원조 클럽하우스와 사용방법과 서비스 구성이 유사합니다.
두이화바 역시 모바일에서 음성으로 대화를 하는 앱으로 클럽하우스처럼 여러 가입자들과 함께 다양한 대화방에서 동시 대화가 가능합니다. 화면 구성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메인 화면에 주제별로 대화방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모더레이터(방장), 마이크 음소거(ON/OFF) 기능, 대화 참여 신청 아이콘(손바닥 모양), 좌측 하단에 조용히 나가기(Leave quietly)까지 쏙 빼닮았습니다. 팔로워, 팔로잉, 관심분야, 약력 소개 등 가입자 프로필 항목도 일치합니다.

특히 신규 가입시 초대코드를 얻어야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 공개·비공개 대화방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원조 클럽하우스와 차별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봉황망 등 현지언론은 "두이화바는 최초의 중국판 클럽하우스로, 해외 버전과 거의 동일하다"며 "음성 지원 기술도 클럽하우스의 서비스 업체 사운드넷에서 제공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두이화바 내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현재 팀 전체가 10여 명인데 제품 개발은 6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스타트업과 IT 업계, 자산운용사 및 언론 종사자, 해외 유학생 등이 타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대표 IT 기업 알리바바도 지난 9일 음성 기반 소셜앱 미트클럽(MEETCLUB)을 새롭게 내놓았습니다. 이 앱 역시 클럽하우스처럼 메인 화면에 대화방이 여러개 나타나고, 대화방 내 모더레이터(방장), 마이크 음소거 기능, 대화 참여 신청 아이콘(손바닥 모양), 좌측 하단에 조용히 나가기까지 원조 클럽하우스와 판박이입니다.

공산당 체제 '전복' 야기하는 서구 사상은 배제

중국에서 짝퉁 클럽하우스 앱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모방' 문화와 함께 '만리방화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만리방화벽은 만리장성과 방화벽의 합성어로, 1990년대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서구 민주주의 사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만든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입니다.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체제 존속의 중대한 위협을 야기하는 외부 콘텐츠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주요 사이트부터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의 접속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
특히 중국의 감시·검열 시스템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집권 이후 강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시진핑 1인 독재체제가 굳어지면서 공산당에 대한 반대나 비판을 엄격히 금지하고, 체제 전복을 일으킬 수 있는 사상 등에 대한 검열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동요하는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오는 22일부터는 개정 '인터넷 이용자 공중계좌 정보서비스 관리규정'을 시행하고 본격적으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실시간 방송에 검열의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향에 반하는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게 되면,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