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이지만 초현실적인 책 그림…김성호 박여숙화랑 개인전
커다란 캔버스에 책이 가득 찼다.

가로로 눕혀 쌓은 책 사이사이에는 민화풍으로 책을 그린 그림인 책거리가 자리 잡았다.

사진 찍은 것처럼 섬세하고 정교한 묘사가 두드러지지만, 김성호(41)의 책 그림은 단순히 책이 있는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가상의 장면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옮김으로써 현실적이지만 초현실적인 화면을 만든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박여숙화랑에서 오는 25일 개막하는 김성호 개인전 '그림으로 그림의 본질을 묻다'는 가상의 책으로 만든 세계를 화려한 색감으로 선보인다.

책꽂이에 책을 꽂았을 때 보이는 책등 부분이 화면을 크게 가로지른다.

화려한 원색이 강렬하다.

제목이 쓰여 있어 책이라고 인지하게 되지만, 어느 순간 이 가로띠는 색면회화와도 같은 추상성을 그림에 불어넣는다.

이번 전시는 신작 '레트로토피아' 연작 등 20점을 선보인다.

신작에서는 고전적인 책가도(冊架圖)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어 제목이 쓰인 책과 조화와 대비를 이룬다.

그림의 큰 틀을 형성하는 책과 책가도에 등장하는 책의 크기도 극과 극이다.

원근법과 명암법을 무시한 김성호의 책 그림은 평면적이면서 입체적이기도 하다.

책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다루면서 여러 이야기를 동시에 품었다.

대구대 회화과를 거쳐 홍익대 회화과 대학원을 졸업한 김성호는 책 그림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번에 선보인 '레트로토피아'는 책을 탑처럼 쌓아 올리고 곳곳에 장난감을 배치해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했던 대표작 '볼륨 타워'로 되돌아가 변주했다.

레트로토피아는 '레트로(Retro)'와 '유토피아(Utopia)'를 합성한 단어로, 추억으로 보정된 안전한 자신만의 공간을 떠올리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레트로토피아에서 영감을 얻었다"라며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됐고 '볼륨 타워' 연작을 다시 가져와 실제 책이 아닌 가상의 책이 있는 공간으로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25일까지.
사실적이지만 초현실적인 책 그림…김성호 박여숙화랑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