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MBC 김윤 기자, 범죄보도 문제점 분석 논문 발표
"섬 지역 범죄보도, 육지 유사 사건보다 훨씬 선정적"
섬 지역 범죄 관련 보도가 섬 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지역 차별을 불러일으켰다는 현직 언론인의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끈다.

목포문화방송 김윤 기자는 최근 목포대학교 도서해양문화학 협동과정 석사논문으로 제출한 '섬 지역 범죄보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서 관련 사례를 분석해 17일 내놓았다.

논문은 신안군에서 2014년 발생한 '염전노예' 사건과 2016년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언론사의 1년 치 기사와 네이버 뉴스 검색을 통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두 사건의 기사량은 육지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2016년 축사 노예 사건과 2016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보다 많았고,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훨씬 많았다.

두 사건 모두 '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량은 비교 대상 지역의 '농촌'이나 '도시' 등 일반명사와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많았다고 논문은 밝혔다.

염전노예 사건 보도에서 '섬'이 기사 제목과 본문에 들어간 것은 243건이 검출됐지만 '축사 노예' 보도에서는 '농촌'이 들어간 기사는 단 7건에 불과했다.

무려 34배가 많았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도 '섬'이 검출된 기사는 805건에 이르지만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도시' 등 일반명사 들어간 기사는 한 건도 없었다.

또 두 사건의 범죄 보도에서는 기사 제목에 '외딴섬'과 '섬마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염전노예 사건에서는 '외딴섬'이,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는 '섬마을'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

김 기자는 "두 사건 보도에서 '외딴섬'과 '섬마을'의 사용기준은 모호하기만 하다"며 "기자들의 주관적 감정에 의해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염전노예' 사건 보도에서는 '전라도 섬노예',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는 '홍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는 등 지역 차별 용어가 최소한의 데스킹 과정 없이 쓰였다고 우려했다.

김 기자는 "범죄와 무관한 '섬'을 연결하려는 이 같은 행태는 통계적으로도 명확하게 규명됐다"며 "언론의 범죄 보도에서 사건의 본질보다 '섬'이라는 사건 발생 장소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섬'이라는 장소를 지나치게 강조해 범죄 보도의 선정성과 호기심을 극대화하려는 도구로 사용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섬 지역 범죄보도, 육지 유사 사건보다 훨씬 선정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