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시앙스포가 학부 과정을 운영하는 지방캠퍼스에서 재학생 성폭행, 성차별을 고발하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 학교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시앙스포 보르도 캠퍼스에서 강간을 당했다는 여학생이 지난달 말 페이스북에 학교 측 대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게 시발점이 됐다. 툴루즈 캠퍼스의 여학생도 2년 전 같은 학교 학생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이달 초 올린 편지가 불을 붙였다.
지난 11일까지 SNS에는 100건이 넘는 성폭행, 강간 피해 사례와 함께 가해자는 별다른 처벌 없이 버젓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이중 툴루즈 캠퍼스에서의 강간 1건, 그르노블 캠퍼스에서의 성폭행 2건, 스트라스부르 캠퍼스에서 학장이 신고한 사건 1건에 대해서는 사법당국 수사가 시작됐다.
프레데리크 비달 교육부 장관은 이 사안을 시앙스포 이사진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마를렌 시아파 내무부 시민권 담당 국무장관은 용기 있는 고백을 응원한다며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 독려했다.
이 와중에 시앙스포를 감독하는 국립정치학연구재단(FNSP) 이사장이었던 올리비에 뒤아멜의 근친상간 의혹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프레데리크 미옹 학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뒤아멜은 프랑스 정계에서 유명한 정치학자이자 지식인이다. 올해 71세로 시앙스포 명예교수이자 헌법학자인 뒤아멜은 오랫동안 방송 진행자, 변호사, 유럽연합(EU) 의회 의원,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프랑스어권의 모든 법학도들이 그가 쓴 책으로 헌법을 공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뒤아멜은 프랑스를 움직인다는 말을 듣는 엘리트들의 사교모임 '르 시에클(Le Siecle)'의 회장이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뒤아멜은 시앙스포를 감독하는 기구인 '국립정치학재단(FNSP)'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미옹은 교육부 내부 조사 결과 뒤아멜의 근친상간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학내 구성원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언론에도 허위로 대응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