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암 치료를 어렵게 하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가 과발현된 난치성 유방암을 기존 조직검사 대신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으로 정밀 진단하는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15일 이 병원 유방암 연구팀(외과 노우철·김현아, 핵의학과 임일한·이인기, 방사성의약품개발팀 강주현·김광일)이 유방암의 HER2 발현 여부를 PET/CT로 진단하는 임상시험을 처음으로 실시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HER2 단백질은 여러 암종에서 많이 발현되며 유방암의 경우 전체의 20~30%에서 과발현되고 이 경우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이 개발돼 치료성적이 향상되고 있으나 HER2 발현 여부를 진단하려면 조직검사를 해야 하고, 암이 여러 부위에 퍼져있거나 검사가 어려운 위치에 있으면 조직검사가 쉽지 않아 진단에 걸림돌이 돼왔다.
연구팀은 이번 임상시험에서 자체 개발한 HER2 표적 방사성의약품(Cu-64-NOTA-trastuzumab)을 유방암 환자 7명에게 주사하고, PET/CT 영상으로 시간 경과에 따른 HER2의 발현 여부를 정량적으로 분석 평가했다.
이 방사성의약품은 구리 방사성동위원소에 트라스투주맙을 결합한 것으로, 이번 임상시험은 연구팀이 2018년 사람 유방암 세포를 이식한 종양 쥐 모델에 주사하고 PET/CT 영상으로 HER2의 발현 여부를 확인한 데 이어 후속 연구로 진행한 것이다.
방사성의약품을 유방암 환자군에 소량(1회 치료 투여량의 100분의 1 이하) 주사하고 1시간, 24시간, 48시간째 PET/CT 영상을 촬영해 분석한 결과 방사성의약품 섭취 정도를 나타내는 최대 표준화 섭취계수(SUVmax)가 HER2 양성 종양에서는 평균 8.6, HER2 음성 종양은 5.2로 낮게 측정됐다.
연구팀은 HER2가 있는 양성 종양에 방사성의약품이 더 많이 축적되는 것이 PET/CT 영상으로 확인됐다며 환자군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방사성의약품이 HER2 발현 여부 진단에 있어 뛰어난 효용성과 안전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임일한 원자력병원 핵의학과장은 "이 연구가 유방암 환자의 HER2 유전자 진단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높여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 같은 방사성의약품을 면역관문억제 항암제에 적용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핵의학분야 국제학술지(EJNMMI Research) 온라인판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