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감독 15명 "발전적 개편 방향 재설계해야" 성명
KT&G "배급사업도 그대로 유지…영화산업 발전 위해 힘쓸 것"
상상마당시네마 운영사 변경…"저비용 구조" vs "지원축소 아냐"(종합)
독립영화 감독들이 현재 진행 중인 KT&G 상상마당 시네마의 위탁 운영사 모집을 두고 KT&G가 사회공헌 사업을 축소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KT&G는 운영사 변경은 상상마당 시네마의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소현·강유가람·이길보라 등 그동안 상상마당을 통해 작품을 배급한 감독 15명은 15일 'KT&G의 사회공헌 사업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독립영화관인 홍대 시네마가 운영 중단되고, 영화사업 담당 인력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위탁 운영사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성명서의 주된 내용이다.

이들은 최근 KT&G가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 파트너사 선정 공모를 낸 것과 관련해 "상상마당의 사회공헌 사업 중 영화 분야 사업만 따로 떼서 기존 대행사가 아닌 다른 업체에 운영을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결정은 KT&G의 '더 좋은 공간과 콘텐츠를 통해 독립·예술영화 분야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애초의 약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영비 지원 없이 시설 무상임대만 하는 방식의 저비용 구조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은 사회공헌 사업의 대상인 예술가는 물론, 간접적인 수혜 대상인 소비자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뿐"이라며 "이런 경우라면 KT&G의 사회공헌 사업을 더는 사회공헌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홍대 시네마 상상마당 운영사 모집을 중단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독립·예술영화 생태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개편 방향을 다시 설계하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위탁 업체를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오랜 기간 영화사업을 담당해온 인력이 해고되거나 업무가 변경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상마당의 영화사업 담당 기존 인력 8명이 상상마당을 떠났고, 2명이 영화와 관련 없는 업무로 인사 발령을 받으면서 1명만 영화사업 업무에 남아있다.

감독 15명은 "기존의 영화사업부를 해체하고, 기존의 인력을 해고해 실업자로 내몰고, 다시 새로운 운영사를 선정하려는 것은 독립·예술영화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 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성명과 관련해 이길보라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영화사업 축소 논란에 대한 감독들의 성명에도 KT&G 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위탁사를 바꾸는 방법으로 문제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2년제 계약으로 성과가 나는 운영사를 위탁으로 두겠다는 것은 독립영화를 지원하겠다는 사회공헌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KT&G는 지난 8일 상상마당 시네마를 위탁 운영할 새 업체 모집 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새 운영사는 2년간 영화관과 부대시설을 무상으로 운영하고, 독립영화의 배급·상영 등 시네마의 운영 전반을 맡게 된다.

KT&G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운영이 중단됐던 시네마는 하반기부터 운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KT&G 관계자는 영화분야 사회공헌 축소 의혹과 관련해 "운영사의 업무 범위 축소 등은 예정돼 있지 않다"며 "시네마는 기존의 상영중심 공간에서 '대화가 있는 영화관'으로 변화를 검토하고, 기존의 배급사업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설 재투자, 독립영화 관련 전문 운영사 발굴 등을 통해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운영비 지원이 없어진다는 성명서 내용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며 "새롭게 선정되는 운영사에는 영화 관련 시설 및 인프라에 대한 사용, 관련 프로젝트 사업비 제공 등을 포함한 운영비 지원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