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생산량 감축을 연장하기로 했고, 포드는 1분기 차량 생산량이 10~2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GM은 북미 지역 3개 공장의 감산 조치를 적어도 다음달 중순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10일 발표했다. 미국 페어팩스, 캐나다 잉거솔, 멕시코 포토시 공장 등이 대상이다. 이들 공장은 이번주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GM은 미국 웬츠빌과 멕시코 라모스아리스페 공장 가동률을 낮추기로 했다.

한국GM도 감산 체제를 이어간다. 한국GM 부평2공장은 지난 8일부터 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췄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 추이를 주시하면서 50%만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평2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 차질이 최소한 올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핵심 반도체 중 하나인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은 지금 주문해도 26주가 지나야 납품받을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낮으면서도 안전 확보가 필수적이라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며 “이 때문에 신규 업체 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들은 2~3개월 분량의 반도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 도요타, 르노 등 글로벌 업체도 감산체제에 돌입했다.

차량용 반도체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현상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크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고, 가전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비대면 경제 확산을 염두에 두고 주문을 늘렸다. 대만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은 가전 및 IT 제품용 반도체부터 생산하기 시작했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뒤로 밀렸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를 발굴하려면 1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존 업체와의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반도체 공급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단기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한국도 미국과 독일 정부처럼 대만에 증산을 요청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의 추가 생산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규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