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책임자' 쿠데타 주인공의 '민낯'…싱가포르 총리에 '외교적 결례'도
군정집권자도 못 건드린 '무소불위' 권력 부상…지난해 이미 노골적 야욕 표출
이름난 골프광…'성 같은 초호화 리조트' 보유, 자녀들도 각종 이권개입
"자기만의 왕국 건설에 혈안·안하무인"…서방 등이 전한 흘라잉
미얀마 내 소수 무슬림인 로힝야족 학살 사태가 벌어진지 몇달 후인 2018년 초, 당시 주미얀마 호주대사였던 니컬러스 코펄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만난 일이 있다.

코펄은 작은 키에 안경을 쓴 그의 얼굴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찾고자 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흘라잉은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무슬림을 성토했고 도중에 한 참모를 호출, 여러 여성과 많은 아이를 거느린 채 서있는 한 남성의 사진을 가져오도록 했다.

무슬림의 '번식'이 불교가 주를 이루는 미얀마를 위협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도였다.

코펄은 흘라잉에게서 어떠한 후회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일이 완수되지 못할 것이란 느낌이 더 커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를 전복, 권력을 장악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로힝야족 학살의 책임자로 국제사회에서 '인종청소'의 악명을 떨친 장본인이다.

미얀마 유혈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미얀마 쿠데타에서 불만과 야망이 군 최고사령관의 권력 장악을 추동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그를 접했던 외국 인사들이 겪은 그의 모습과 자녀의 근황 등을 전했다.

"자기만의 왕국 건설에 혈안·안하무인"…서방 등이 전한 흘라잉
◇"남에게 군림·독선적…싱가포르 총리 방문시 '찾아와라' 외교적 결례도"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교류한 전직 외국 당국자들과 미얀마 군부와 가까운 이들은 WP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그를 남에게 군림하고 독선적이며 야욕 있고 조용히 군복을 벗고 은퇴할 생각이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오만하고 안하무인이며 고집불통이라는 전언도 나왔다.

수치 고문을 업신여겨온 그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지난해 11월 선거 압승에 분노했다고 한다.

WP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2016년 공식 방문했을 때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가 싱가포르측 반발을 초래한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흘라잉은 본인이 리 총리의 호텔을 찾는 대신 리 총리가 자신이 있는 군 사령부로 찾아올 것을 요구했다고 한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정부수반인 리 총리가 군 최고사령관 보다 높은 직급인 만큼 이는 의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WP는 전했다.

싱가포르는 최고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했고 결국 흘라잉이 뜻을 굽혔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미얀마에 대한 최대 투자국 중 하나다.

그의 통치 야욕은 수치 고문과 가져온 관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고 WP는 전했다.

또다른 전직 외교관은 "그는 수치 고문을 격하게 불신하고 싫어했으며 처음부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문민 지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그가 물러서거나 타협하는 법이 없으며 오히려 도전을 받을 때 힘을 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법학도에서 무소불위 군 권력으로…군부 조차 '민주주의 걸림돌' 간주
양곤 타가웅 정치학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흘라잉은 네윈이 쿠데타로 집권하기 6년 전인 1956년 안다만해 인근의 해안 지방에서 태어났으며 미얀마 최대도시인 양곤에서 자랐다.

고교 졸업 후 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반군부 시위로 저항할 때 그의 관심은 딴 데 있었다.

삼수 끝에 1974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군인의 길에 들어선 뒤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 2011년 군부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수치 고문이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이듬해인 2011년 흘라잉을 처음 만난 서방의 당국자들과 외교관들이 전한 그의 첫인상은 머뭇대며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초창기 외국 외교관이나 지도자를 만날 때 나타난 내성적 스타일은 일찌감치 사라지고 대신 뻔뻔할 정도의 오만함이 자리잡게 됐다고 WP는 지적했다.

그는 대화 도중 자주 통역사의 말을 자르며 통역을 '교정'한 뒤 영어로 직접 대화하곤 했다.

자신이 실력자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과시 차원이었다.

코펄 역시 "그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자신의 견해가 (상대의 견해를) 눌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을 그를 그 자리에 임명한 군정 집권자 탄 슈에 장군을 포함,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고위급 장성들의 생각에 정통한 한 인사는 장성들조차 그를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민주적 진전이라는 비전의 최대 장애물로 간주했다고 전했다.

◇유명한 골프광…자녀들도 '초호화 생활' 속 각종 이권 주물러
많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있어 흘라잉의 쿠데타는 두려운 군사정권으로의 회귀 뿐 아니라 권부에 있는 사람들의 부패와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최고사령관으로서 군이 보유한 2개의 대기업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인권 유린으로 가득한 옥 제품 및 채굴 산업 등 사실상 모든 분야의 이권에 개입돼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흘라잉은 미얀마에서는 엘리트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골프광이기도 하다고 한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그의 두 자녀는 최근 몇 년 동안 양곤의 상류층과 어울리며 사교계 명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아들은 의료기기 업체 및 음식점을 포함, 사업을 하고 있다.

음식점 인가는 경쟁 없이 단독으로, 그리고 헐값의 임대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그는 차웅타 해변에 '성'을 방불케 하는 리조트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딸은 2017년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회사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경쟁사들을 훨씬 앞지르는 거액을 쏟아부으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며느리는 미인대회와 TV쇼 등을 주최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이미 광폭행보 시동…러시아서 노골적 통치야욕 드러내기도
흘라잉은 최근 몇달전부터 자신을 '정부 수반'으로서 부각하기 위한 '매력 공세'에도 시동을 걸어왔다고 WP는 보도했다.

그는 불교 승려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을 방문, 물자 및 돈을 기부하는가 하면 문민정부에서 박탈감을 느껴온 민족 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광폭행보를 해왔다.

해외 방문을 통해 무기 구매를 물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러시아 방문 당시 러시아 관영 방송 '러시아 투데이'(RT)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헌법상 장성도 보다 높은 직급으로 나라에 봉직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감사하다.

나는 항상 그러한 야망을 갖고 있다"며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