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편투표=대선사기' 주장 비판했던 변호사, 180도 '변신'
反트럼프 인사들 후원도…"쇼맨십 강한 스타일이라 제격" 평가도
뒤통수 맞은 트럼프?…反트럼프소송 이끈 인사가 탄핵변호인으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지난해 반(反)트럼프 소송을 이끌었던 변호사가 180도 돌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탄핵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대파를 용인하지 못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를 '스카웃'할 당시 이를 몰랐다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필라델피아에서 활동해온 마이클 T.반데르 빈 변호사가 그 장본인으로, 그는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거 없이 '대선 사기' 주장을 되풀이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인물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랬던 그가 이날 상원에서 막을 올린 의회 폭동사태 관련 '내란 선동' 탄핵심판에서 지난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방어하는 변호사팀의 일원으로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상해 전문 변호사인 반데르 빈의 '변신'은 지난달 말 변호인 5명이 대거 사임하는 등 이번 탄핵 변호인단 물색을 놓고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려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현 상황을 반영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데르 빈 변호사가 설립한 로펌이 지난해 12월 고용한 필라델피아 교외지역 검사 출신 브루스 L.캐스터 주니어 변호사가 지난달 트럼프 참모들에게 발탁돼 탄핵 변호인단을 이끌게 된 인연으로 그 역시 변호인단에 합류하게 됐다.

앞서 그는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親)트럼프 인사인 루이스 드조이 연방우체국(USPS) 국장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드와이트 에번스(민주·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가 패한 무소속 후보 멜빈 조나킨을 대신해 이름을 올린 바 있다고 WP는 전했다.

조나킨은 당시 소송에서 USPS의 정책 변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유권자들의 투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반데르 빈 변호사는 충분한 우편투표 접근권 보장을 주장하면서 트럼프가 우편투표가 사기로 가득 찼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드조이 국장을 '공화당과 트럼프의 선거운동 거액 후원자'로 칭하며 드조이가 우편물 정시 배달을 위한 초과근무 및 추가운행 폐지조치 등을 통해 우편물 배송 지연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반데르 빈 변호사는 지역 라디오 방송에 로펌 광고를 계속 내보내는가 하면 제우스와 아폴로 조각이 새겨진 화려한 벽난로가 있는 19세기 연립주택에 위치한 자신의 로펌을 요란하게 새단장한 것으로 2018년 지역 방송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고 WP가 전했다.

그는 또한 지역 및 주 변호사 협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지난해에는 주 변호사 협회의 정치활동위원회에 5천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임기 첫 2년 동안 '트럼프 저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힌 밥 케이시(민주·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을 비롯, 펜실베이니아 민주당 인사들에게 기부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반데르 빈 변호사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여러차례 받았던 메리 게이 스캔론(민주·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완전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성향으로 볼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변호인으로부터 과거 소송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유쾌해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데르 빈 변호사의 '전력'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반데르 빈 변호사를 아는 지역사회 내에서는 지역 라디오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잡지 커버스토리로 실린 띄워주기성 기사를 로펌 홈페이지에 자랑하는 등 쇼맨십이 강한 그의 스타일상 트럼프를 변호하는 게 '제격'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반데르 빈 변호사 모두 반응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