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복식 2회전에 2년 연속 진출한 남지성(세종시청)-송민규(KDB산업은행) 조가 성숙한 코트 매너로 자신들의 1회전 승리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송민규-남지성 조는 1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복식 1회전에서 로한 보파나(인도)-벤 매클라클런(일본) 조를 2-0(6-4 7-6<7-0>)으로 물리쳤다.
지난해 이 대회를 통해 메이저 대회 본선 데뷔전을 치른 남지성-송민규는 이로써 2년 연속 호주오픈 2회전(32강)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경기 2세트 도중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 나왔다.
아버지가 뉴질랜드 사람인 매클라클런의 서브 게임 때 세컨드 서브가 폴트 판정을 받은 것이다.
30-0이던 점수는 30-15로 좁혀졌고, 송민규-남지성 조로서도 추격의 여지가 생겼다.
이때 게임스코어는 5-5로 팽팽했기 때문에 매 포인트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판정에 대해 보파나-매클라클런 조가 '폴트가 아니다'라며 항의를 했다.
이번 대회에는 선심을 따로 두지 않고 전자 판독을 하므로 오심이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는데도 '서브가 라인 안쪽으로 들어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만일 서브가 라인 안쪽에 들어온 것이 사실이라면 남지성의 리턴이 네트를 넘기지 못해 30-15가 아닌 40-0으로 벌어질 판이었다.
이때 송민규-남지성 조는 뜻밖에 "서브가 라인 안쪽으로 들어왔다"며 상대 득점이 맞는다고 선선히 인정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자 판독으로 인해 '챌린지' 신청도 할 수 없어 남지성-송민규 조가 가만히 있기만 해도 30-15로 추격할 수 있었지만 먼저 자진해서 '40-0이 되는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에 상대 선수들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손을 들어 보였고, 관중석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결국 40-0으로 벌어진 그 게임은 보파나-매클라클런 조가 따내 6-5로 앞섰지만 결국 타이브레이크 끝에 남지성-송민규 조가 이겨 세트 스코어 2-0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마친 뒤 송민규는 소속팀 KDB산업은행 박승규 감독을 통해 "왜 기계를 통한 판정이 오심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라인 안쪽으로 공이 너무 많이 들어온 상황이었다"며 "물론 우리가 인정을 안 하고 버틸 수도 있었지만 (남)지성이와 '이걸 인정 안 하고 가면 너무 찜찜하겠다'고 얘기를 하고 상대 포인트를 주기로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박승규 감독은 "(송)민규나 지성이 모두 인성이 너무 바른 선수들"이라고 칭찬하며 "실제 경기에서 이렇게 상대 포인트를 먼저 인정하는 경우는 드문 광경"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규-남지성 조는 2회전에서 마이클 비너스(뉴질랜드)-존 피어스(호주) 조를 상대한다.
복식 세계 랭킹은 남지성이 119위, 송민규 131위인데 비해 비너스는 13위, 피어스 28위로 차이가 크게 난다.
송민규는 박 감독을 통해 "오늘 어려운 경기에서 이긴 만큼 2회전도 승산을 50대 50으로 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