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6명 전원이 장애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8일 피해 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들며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6명 전원이 장애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8일 피해 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들며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6명 전원이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8일 장애인단체 등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천 지역 장애인 단체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천시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 인천시장애인부모회와 피해 아동의 부모 등은 이날 인천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이 알려진 지 2주가 넘도록 피해 아동은 제대로 된 치료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극심한 학대를 경험한 피해 아동은 트라우마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며 "기존에 심리치료를 받는 곳을 통해 치료 지원을 해달라고 했으나 서구청은 지정된 치료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거절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피해 부모들은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한 자폐 아동의 부모는 "우리 아이의 학대 영상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심했다. 그곳은 어린이집이 아닌 지옥이었습니다. 교사 모두가 아이들을 학대하고 웃으며 즐겼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이 20kg이 채 안 되는 우리 아이보다 3∼4배 되는 육중한 몸을 가진 담임 교사가 크고 긴 쿠션을 공중에 한 바퀴 돌려 아이에게 휘두르고, 아이가 멀리 나동그라지자 두려워하는 아이를 몸으로 누르며 강제로 억압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인간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 아동 부모는 "담임 교사가 '아이 머리가 길고 예쁘니 자르지 말라'고 했는데, CCTV 영상을 보니 머리채를 끌고 다니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아팠던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가여운 우리 아이의 머리카락을 집에서 단발로 잘라줬다. 아이는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고 그럴 때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한 0세반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여러 명의 선생님에게 둘러싸여 머리를 잡힌 채 들어 올려졌다"며 "다른 아픈 아이는 책상에 올려뒀던 커피를 쏟았다고 마스크를 벗기고 걸레로 얼굴을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부 피해 아동은 깜깜한 이불장에 가둬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국공립 어린이집의 20∼30대 보육교사 6명은 최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이들은 작년 11∼12월 어린이집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은 관리·감독과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2개월치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한 학대 의심 행위는 2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어린이집 교사 6명 전원은 피해 아동들의 부모에게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필 반성문을 통해 "사과를 드려도 상처와 배신감이 풀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한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기에 사죄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교사들의 반성문 내용이 서로 똑같고 구체적으로 어느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언급하지 않는 등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