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회 "교원 인사 좌지우지 대학들에 제동" 환영
法 "사립대 교원 임용규정도 취업규칙"…교수 근로자성 인정
사립대 교원 임용규정도 일반 사업장의 취업규칙과 같은 성격이어서 변경하려면 교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수사회는 대학 교원의 '근로자성'이 법적으로 거듭 인정받았다며 판결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중앙대 법인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결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부교수 재임용을 놓고 벌어진 분쟁에서 소청심사위가 해당 교수 손을 들어주자 대학 측이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이었다.

2009년 임용된 A 부교수는 계약기간 5년을 채우고 재임용을 신청해 총 10년간 부교수로 근무했지만 2019년 1월 교수 승진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중앙대는 승진 유보기간(10년)에 승진하지 못하면 면직한다는 교원 임용규정을 근거로 A 부교수를 면직했다.

그러자 A 부교수는 재임용 신청 횟수를 1회로 제한한 중앙대 규정이 횟수 제한을 두지 않은 사립학교법과 달라 문제가 있다며 소청심사위에 면직 취소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승진 유보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재임용 여부 심의 없이 이루어진 면직 결정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청구인의 재임용 심사 신청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면직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A 부교수는 중앙대 교원인사위원회에 재임용 심사를 신청했고, 대학 측은 그를 종전 계약기간 5년이 아닌 2년 2개월만 재임용하기로 의결했다.

그에 앞서 교원 임용규정이 개정돼 '면직된 자에 대해 재임용 사유가 발생한 경우 2년 단위로 재임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A 부교수는 재차 소청심사를 밟아 '재임용 기간 단축도 위법하다'는 결정을 얻어냈다.

중앙대는 소청심사위 결정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법원도 A 부교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유보기간이 지난 교원의 재임용 기간을 정한 교원 임용규정은 중앙대 교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임용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해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항을 부교수로 임용된 모든 교원에게 적용하려면 적용 대상인 교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지만 과반수 동의를 얻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며 대학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봤다.

교수사회는 판결을 환영했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학교수들의 노조 설립을 금지한 교원노조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교원의 근로자성이 거듭 강조됐다는 이유에서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이자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인 방효원 중앙대 의대 교수는 "2018년 헌재 결정 이후에야 교수의 노동자성이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간 교수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고용노동부 등의 유권해석은 있었지만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많은 대학이 최근 교수의 업적 평가, 승진·정년보장 심사기준 등을 멋대로 바꾸고 있는데, 거기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후속 대응을 예고했다.

중앙대 측은 향후 대응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