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주간 이례적 연속 우기에 폭우…수해에 순환정전 악화
[샵샵 아프리카] '햇빛 보기 힘드네' 남아공도 이상기후
남반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월, 2월은 여름 후반부로 접어든다.

북반구가 겨울인 것과 정반대인 셈이다.

이 시기 남아공에 이례적 우기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두어 주간 화창하게 맑은 날씨 보기가 부쩍 힘들었다.

남아공에서 20, 30년 가까이 오래 산 교민들도 이렇게 비가 장마처럼 오는 것은 보기 드물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맹환 남아공 한인회장은 지난 4일 "예년에는 12월∼1월의 경우 오후에 열대우림 스콜처럼 소나기나 폭우가 한차례 퍼붓고 이내 말끔히 개곤 했다"면서 "밤에도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내리고 낮에는 활짝 개었는데 이처럼 비가 연일 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이클론 엘로이스가 이웃나라 모잠비크를 강타한 후 폭풍으로 약화해 남아프리카 일대에 비를 많이 뿌리긴 했지만 이처럼 흐리고 비가 잇따라 많이 온 것은 매우 특이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하우텡주와 인근 음푸말랑가 등의 주요 댐이 만수위에 육박하거나 일부는 흘러넘치고 마멜로디와 소웨토 등 흑인밀집 타운십은 수해를 입기도 했다.

인명피해도 발생해 음푸말랑가 주에서만 폭우로 모두 10명이 숨지고 2명이 홍수에 실종됐으며 수백 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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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질적인 순환정전도 악화됐다.

국영 전력회사 에스콤은 최대 석탄화력 발전소 메두피의 발전기 5개가 폭우 때문에 강제로 셧다운돼 5일 정오부터 일요일인 7일 밤 11시까지 순환정전 2단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상기후가 전력 공급에도 당장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 비가 계속 내리다 보니 빨래를 널기도 마땅하지 않다.

게릴라식으로 비가 오다 보니 잠깐 갠 듯해 빨래를 널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와 서둘러 다시 빨래를 걷어야 했다.

남아공은 빨래도 집 앞에 마음대로 못 널게 돼 있고 밖에서 보이지 않는 뒷마당에 널어야 한다.

물론 요하네스버그 도심 아파트의 경우 창가에 옷을 널어놓는 장면도 볼 수 있기는 했다.

이전에는 빨래가 그렇게도 잘 마르더니 습기가 눅눅할 정도로 높아 옷도 잘 마르지 않았다.

해발고도 1천339m인 프리토리아와 1천753m인 요하네스버그에선 구름도 낮게 난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천둥·번개도 더 강렬하게 치는 것 같다.

5일 오후 프리토리아 시내 음식점과 커피숍 거리를 잠깐 둘러보았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지난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00만 회분 첫 도착과 함께 주류 판매 일부 재개 등 3단계 록다운(봉쇄령) 규제를 조금 완화하고 맞는 첫 주말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전부터 현지 라디오 방송 자카란다도 금요일이 왜 좋은지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연이어 내보냈다.

더구나 오후에는 모처럼 구름들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었다.

여느 때처럼 한산할 것으로 생각한 커피숍 거리는 예상과 달리 주차할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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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상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다 마스크를 쓰지만, 식당이나 커피숍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만 보면 코로나19가 이미 지난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결코 아직 떠나지 않았다.

이날도 프리토리아 교민 가운데 감염돼 중환자실에서 고투하는 경우를 비롯해 지금까지 최소 17명의 교민들이 감염되고 앞서 이 가운데 한 명이 숨지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에 이상기후까지 겹친 상황 속에도 사람들은 나름 적응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남아공 현지 사립학교 가운데는 이미 지난 1일부터 등교를 재개한 곳들이 있고 공립학교는 오는 15일부터 대면 수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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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