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회장, 아이스하키 종사자·스포츠 공정위 의견 듣고 최종 결정
대한체육회 '맷값 폭행' 최철원 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 '보류'
대한체육회가 과거 '맷값 폭행' 논란의 가해자인 최철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인의 인준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체육회는 4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이사회를 열고 최 당선인의 인준 여부를 논의했으나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려 결론을 보류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아이스하키인들의 여론, 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 인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는 지난해 12월 17일 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2010년 '맷값 폭행' 사건 탓에 체육회의 회장 당선 인준을 받지 못했다.

최 당선인은 당시 화물차량 기사를 때리고 '맷값'이라며 2천만원을 건네 국민의 공분을 샀고,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체육계 폭력, 인권 문제로 지난 2년간 만신창이가 된 체육회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해 최 당선인의 인준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 당선인의 경우엔 도덕과 법률의 잣대가 일치하지 않아 체육회의 고심이 깊다.

반사회적·비윤리적 행위로 형사 처벌받은 최 당선인이 페어플레이를 가치로 내세운 스포츠 단체 수장에 오른 것 자체가 문제라며 최 당선인과 아이스하키인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정치권은 '최철원 금지법'을 발의했고, 시민단체도 최 당선인의 인준을 거부하라고 체육회를 압박한다.

한국 체육의 구조적인 악습인 폭력이 남긴 폐해가 너무나 커 이달 새로 출범하는 통합 체육회 2기 집행부에도 최 당선인 인준은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법률의 기준은 도덕의 가치와는 사뭇 다르다.

최 당선인은 먼저 아이스하키협회장 후보 등록을 놓고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 4곳에 문의해 결격 사유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받고 출마해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됐다.

선거 절차상의 하자가 없는 상황에서 체육회가 인준을 거부하면 최 당선인이 제소해 법정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생긴다.

체육회가 세간의 비난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최 당선인의 인준을 바라는 아이스하키 당사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아이스하키 회장 선거인단은 지난 8년간 한국 아이스하키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고 물러난 정몽원 전 협회장(한라그룹 회장)의 후계자로 재력을 갖춘 최 당선인에게 몰표를 던졌다.

도덕성에 흠결이 있지만, 최 당선인이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고 아이스하키의 발전을 계승할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최 당선인은 최대 숙원 사업인 아이스하키 전용시설 확충을 비롯해 1기업 1중학클럽팀 운영 및 리그 운영, 실업팀 창단 등의 굵직한 공약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