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재정 상황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속히 악화하면서 변곡점에 섰으며, 재원 마련을 위해 장마당 등 비공식 경제 활용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9일 KDI 북한경제리뷰 1월호에 게재한 '북한의 재정 충격, 경제적 영향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북한 예산 수입·지출 계획과 최근 정책 특징을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교역 통제에 나섰다.
에볼라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시기에도 전년 대비 91%, 83% 수준은 유지했던 대중 수입 규모가 이번 코로나19 시기에는 5분의 1 수준인 21%로 급감하는 등 국경봉쇄가 전례 없이 강력했다.
국경봉쇄 조치에 따라 거래수입금(남측의 부가가치세 해당)과 국가기업이익금(법인세 성격), 기타수입금, 특수지대수입금 등 예산 수입 증가율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예산 수입 항목을 늘리고 누수 차단에 나서는 식으로 코로나19의 파고를 넘겼다.
2014년 폐지했던 '국가투자 고정재산 감가상각금'을 지난해 다시 수입 항목으로 부활시키고,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 요구에 맞춰 적극적으로 예산 납부 의무를 강조하는 등 누수 최소화에 나선 것이다.
이 결과 지난해 예산수입은 전년 대비 4.3% 늘었다.
반면 올해는 악재는 그대로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 예산수입 항목으로 추가한 내용도 없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은 올해 예산수입 증가율을 0.9%로 잡았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낮으며, 첫 0%대 증가율이다.
재정지출도 1.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는데 역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1%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장마당처럼 그간 북한 정권이 인정하지 않던 비공식부문 활용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남은 선택지는 국내의 비공식 부문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통제 중심 정책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비공식부문 통제를 완화해 재정을 확보할지, 아니면 경제주체를 압박해 재정을 확보할 것인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