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기후변화에서 중국과 즉각 협력해야"
중국 외교부 부부장 "트럼프의 대중정책은 완전한 실패"
중국이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 희망을 내비치는 가운데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미국이 이에 즉각적으로 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 부부장은 전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중국과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에서 최우선적으로 협력할 수 있으며,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과 대중 정책을 "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하며 비난했다.

러 부부장은 영어로 한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희생양 찾기나 정치놀음을 넘어 과학을 선택했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까"라면서 "지난 4년간의 잘못된 대중 정책은 완전한 실패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SCMP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에 대한 중국 고위 외교 관료의 발언 중 가장 강도가 높고 솔직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러 부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통합을 호소한 것에 감명받았다면서, 그러한 정신으로 미중 관계의 전진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 사회가 신장 위구르나 홍콩에서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해당 지역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는 것일 뿐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에 바라는 유일한 한가지는 중국을 변화시키고 분열시키려는 이런 강박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중이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리즘의 위협에 공동 대응한 것을 비롯해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14년 에볼라 팬데믹, 2016년 파리 기후협약 등에서 성공적인 협력의 시대를 구가한 것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소위 말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우려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두 강대국이 충돌하게 된다는 국제관계 이론이다.

일부 전문가는 미중이 필연적으로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했다.

SCMP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전을 포함해 최소 세 차례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에 대해 관심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러 부부장은 1970년대 미중 관계 정상화에 핵심 역할을 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지난달 별세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를 미중 관계에 희망을 안긴 '선지자'로 칭하며 그들의 유산을 언급하기도 했다.

SCMP는 러 부부장의 부드러운 발언 톤은 동료인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華春瑩)이나 자오리젠(趙立堅)의 날선 톤과 대조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과 자오 대변인은 중국 '전랑 외교'를 대표하며 지금도 연일 미국에 날을 세우고 있지만, 러 부부장은 동료들에 비해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 개방적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