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축사를 비운 뒤 15개월 만인 지난달 새끼돼지를 들여와 다시 사육하는 재입식을 시작한 경기 연천의 양돈 농가들이 야생멧돼지 ASF 확산으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ASF 확산의 주요 매개체인 야생멧돼지의 번식기를 맞아 개체 수를 줄여야 하는데, 효과가 큰 총기 포획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연천군과 한돈협회 연천지부 등에 따르면 연천군의 야생멧돼지 ASF 발병 건수는 322건으로 경기도 전체 467건의 69%에 달한다.

특히 연천에서 지난해 8∼11월 매월 0∼5건에 불과한 ASF 발병이 재입식이 시작된 지난달에 24건, 이달에 9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야생멧돼지 포획은 효과가 큰 총기 포획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양돈 농가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연천군의 경우 2019년 10월 2일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국내 최초 발생한 뒤 ASF 발생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지난해 5월 22일까지 전 지역 총기 포획이 금지됐다.
이후 환경부가 농작물 피해, 도심권 멧돼지 출현 등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총기 포획을 허용했다.
그러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에 따른 지뢰 유실 등의 이유로 민통선 출입이 금지돼 총기 포획이 중단됐다.
지난해 11월 총기 포획을 재개하려 했으나 군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총기 포획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제한적으로 총기 포획이 이뤄지던 민통선 남쪽도 농작물 수확기가 끝난 뒤 거의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12∼2월 번식기에 포획을 늘리지 않으면 5∼6월 새끼를 낳아 야생멧돼지 개체 수가 급증해 ASF 확산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오명준 한돈협회 연천지부 사무국장은 "방역 시설을 갖추는 등 방역을 강화해 재입식을 한다고 해도 농장 주변에 야생멧돼지가 있으면 ASF 발병 위험이 상존한다"며 "초기에는 총기 포획 때 멧돼지 활동 범위가 넓어져 ASF 확산 우려 때문에 총기 포획을 금지했으나 지금은 1∼3차 광역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이미 강원 영월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적극적으로 총기 포획에 나서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군 관계자도 "ASF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야생멧돼지 총기 포획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ASF 발병 전 87개 농가에서 돼지 19만 마리를 사육했으나 현재 24개 농가가 재입식을 통해 1만9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ASF는 돼지에게만 발병하는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급성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양돈 농가에 큰 피해를 준다.
국내 양돈 농가에서는 2019년 9월 16일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뒤 같은 해 10월 9일까지 연천 등 4개 시·군에서 모두 14건이 발병해 큰 피해를 줬다.
당시 경기도는 발생 지역 4개 시·군 56개 농가의 돼지 11만1천320마리가 살처분됐으며, 152개 농가의 돼지 26만3천597마리가 수매 또는 도태 처리돼 축사를 모두 비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