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서 1년간 함께 훈련한 13명 소년 각축
"제가 바로 빌리에요"…1년 농사 가른 최종 오디션
검은 레깅스에 흰색 반소매 상의를 입은 소년들이 한 손으로 발레 봉을 잡고 한쪽 다리는 90도 각도로 들어 올렸다 내리며 춤을 춘다.

마치 홍학처럼 한쪽 다리로만 서서 균형을 잡고 팔을 우아하게 구부렸다가 펴고, 허리를 젖히는 고난도 발레 동작도 이어졌다.

잔뜩 긴장한 표정에도 손끝과 발끝에는 다부진 힘이 느껴졌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주인공 빌리와 그의 단짝 마이클 역을 뽑는 최종 오디션에 참가한 13명 아이들이다.

지난해 1·2차 오디션을 통과한 후보자들로 지난 1년간 '빌리 스쿨'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오는 8월 개막 예정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어린이 배우 최종 오디션을 27일 언론에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10대 초반의 빌리와 마이클 역 후보들은 긴장감 속에서 발레의 기본 동작부터 탭댄스, 재즈댄스까지 다양한 춤을 단체로 선보였다.

성인 배우도 소화하기 힘들어 보이는 연속 회전 동작에 멋지게 성공하기도 하고, 넘어진 뒤 멋쩍게 웃으며 다시 시도하기도 했다.

의자 주변을 빙글 돌며 몸의 우아한 곡선을 만들어내는 군무는 지금 당장 무대에 올라가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춤을 출 때는 '잘하고 싶다'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무대 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인 오디션에서 단체로 춤을 춰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돋보이고 싶어 하는 욕심도 엿보였다.

연습 때보다 긴장한 탓인지 춤의 속도가 엇나가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코치가 "긴장하면 안 돼. 세 번 뛰어볼까"라고 하자 제자리에서 쿵쿵 뛰며 긴장감을 털어냈다.

"제가 바로 빌리에요"…1년 농사 가른 최종 오디션
노래 심사도 이어졌다.

빌리 역 후보들은 '전율'(Electricity)을 합창하며 실력을 뽐냈다.

작품 속 빌리가 "춤출 때 어떤 기분이냐"고 묻는 심사위원 앞에서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며 춤추는 장면에서 흐르는 넘버다.

노래 시작 앞뒤로 마스크를 쓴 아이들의 모습은 지난 1년간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하게 했다.

오디션은 극에서 빌리와 마이클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탭댄스를 추는 명장면을 시연하며 마무리됐다.

심사위원인 동시에 1년간 이들의 훈련을 담당한 코치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탄광노조 대파업을 배경으로 탄광촌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05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적인 인기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이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만큼 오디션은 '기적 같은 소년을 찾아라'라는 모토 아래 1년가량 연습 기간을 두고 후보자들을 훈련한 뒤 최종 발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최종 오디션은 평범한 연습 날처럼 진행됐지만, 최종 합격자가 결정되는 자리라는 중압감 때문인지 아이들은 유독 조용했다.

1년을 동고동락한 친구들이지만 경쟁자라는 인식 때문인지 서로 이야기하거나 장난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제가 바로 빌리에요"…1년 농사 가른 최종 오디션
오디션을 지켜본 신현지 국내협력조안무감독은 "아이들은 실제 연습 시간 외에도 숙제로 내준 동작을 꿈속에서도 시도해보며 24시간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이정권 탭댄스 코치도 "전반적으로 기량이 많이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빌리와 마이클 역 최종 합격자는 추후 공개한다.

제작진은 훈련 과정에서 보여준 성장 가능성, 배우로서 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사이먼 폴라든 해외협력연출은 최종 선발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과 관련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톰 포그슨 해외협력안무감독도 "잠재력과 개성이 중요하다.

그동안 아이들이 보여준 태도나 스파크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