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은 증권사 등이 공매도 주문을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의무 구축하도록 했다.
공매도 주문을 받아 집행할 경우 반드시 이 전자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미리 주식을 빌리지(차입) 않은 상태에서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박 의원은 공매도할 주식을 전화나 메신저로 빌리는 관행이 제도 불투명성과 불신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 없이 운용되는 거래 상황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입 공매도는 순기능보다는 불공정거래 이용 가능성, 외국인·기관과 개인 간 불평등 논란 등 역기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가 공매도 업무를 처리할 땐 전산시스템을 반드시 이용하도록 하고 공시 요건을 강화해 시장 불신을 해소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산시스템이 의무화되더라도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걸러낼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차입 공매도 사전 적발 시스템 구축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워 전 세계 어떤 국가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불법 공매도 사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한 뒤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상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개정된 자본시장법도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주로 담았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하고 주문금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공매도 재개를 위한 여러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재개 예정 시점인 3월 16일까지 제도 개선이 마무리되기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당초 두 차례에 걸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재개를 공식화하는듯했지만 제도 보완이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다만 당정은 공매도 관련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판단 아래 이르면 설 연휴 전 당정협의를 통해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