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마임 등 현대 발레 경험…연기와 내면 모두 성장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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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에 국립발레단 입단
수석 무용수 버리고 미국行
"행복하게 춤 추는 게 중요"
줄리 켄트 단장 '맞춤형 지도'
수석 무용수 버리고 미국行
"행복하게 춤 추는 게 중요"
줄리 켄트 단장 '맞춤형 지도'
“그동안 워싱턴발레단에서 세계적 무용수 출신인 줄리 켄트 단장으로부터 ‘맞춤형 지도’를 받으며 다양한 현대 발레 작품을 경험했습니다. 그 덕분에 연기의 폭과 깊이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죠.”
미국 워싱턴발레단 주역 무용수인 이은원(30)은 자신의 과감한 선택이 옳았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경력에는 늘 ‘초고속 성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일곱 살 때 발레를 시작한 이은원은 예원학교를 나와 고교 과정을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19세이던 2010년 국립발레단에 인턴으로 입단해 2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발탁됐다. 국립발레단 차세대 간판 무용수로 꼽혔지만 2016년 미국행을 선택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로 22년 동안 활약했던 켄트 워싱턴발레단장의 러브콜을 받은 것. 지난해 어깨 부상을 치료하러 귀국했다가 출국을 하루 앞둔 그를 26일 만났다.
“워싱턴발레단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연기는 물론 내면까지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켄트 단장의 도움이 컸죠. 켄트 단장은 ‘행복하게 춤추는 게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합니다.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은 무용수의 몸과 춤에 어떻게든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는 연기를 지도할 때도 감정과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연기에 반영하라고 가르칩니다. ‘지젤’의 2막을 예로 들면 ‘지젤은 귀신이니 더 귀신 같은 느낌을 내라’는 추상적인 지도 대신에 ‘상대역의 등장인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는 식이죠.”
고전 작품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국내 발레단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드라마·마임 등 다양한 현대 발레 작품을 경험한 것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ABT 안무가인 알렉세이 라트만스키의 ‘일곱 개의 소나타’, 뉴욕시티발레단 안무가 저스틴 펙의 ‘인 크리지즈(In Creases)’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안무를 외우기도 힘들었고, 서구인 특유의 리듬을 맞추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결국 무용수로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무대에 서면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버지니아주의 울프 트랩 야외 극장에서 공연했던 ‘지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시골 마을이라는 작품 배경과 딱 맞게 무대 옆에서 사슴이 오가고, 2막에서는 작품 속 시간의 흐름에 맞춰 주위가 어두워졌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레단이 ‘올스톱’됐지만 이은원은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국내 체류가 길어지자 지난해 5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온라인 공연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언택트 방식으로 국내 관객을 만났다. 온라인 원격 미팅 프로그램을 이용한 ‘언택트 연습’이 컨디션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발레리노 김명규의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자신의 스트레칭 영상을 공개하는 등 관객과의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발레 대중화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2013년 발레복을 입고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섰을 정도다. 그는 “무용수들의 에너지가 관객에게 직접 전달된다는 점에서 발레는 영화나 오페라 등과 구분되는 고유의 매력이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발레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달부터 워싱턴발레단은 제시카 랭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영상 작품을 촬영할 계획입니다. 그간 원천 봉쇄됐던 연습도 4~5개 그룹으로 나눠 재개할 거고요.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8월 말~9월 초 새로운 시즌 무대에 서는 게 소원입니다. 다쳤던 어깨도 다 나았고, 워싱턴 시대 2막을 앞둔 지금은 최고의 컨디션입니다. 더 많이 배우고 돌아와 한층 성숙해진 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미국 워싱턴발레단 주역 무용수인 이은원(30)은 자신의 과감한 선택이 옳았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경력에는 늘 ‘초고속 성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일곱 살 때 발레를 시작한 이은원은 예원학교를 나와 고교 과정을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19세이던 2010년 국립발레단에 인턴으로 입단해 2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발탁됐다. 국립발레단 차세대 간판 무용수로 꼽혔지만 2016년 미국행을 선택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로 22년 동안 활약했던 켄트 워싱턴발레단장의 러브콜을 받은 것. 지난해 어깨 부상을 치료하러 귀국했다가 출국을 하루 앞둔 그를 26일 만났다.
“워싱턴발레단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연기는 물론 내면까지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켄트 단장의 도움이 컸죠. 켄트 단장은 ‘행복하게 춤추는 게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합니다.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은 무용수의 몸과 춤에 어떻게든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는 연기를 지도할 때도 감정과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연기에 반영하라고 가르칩니다. ‘지젤’의 2막을 예로 들면 ‘지젤은 귀신이니 더 귀신 같은 느낌을 내라’는 추상적인 지도 대신에 ‘상대역의 등장인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는 식이죠.”
고전 작품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국내 발레단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드라마·마임 등 다양한 현대 발레 작품을 경험한 것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ABT 안무가인 알렉세이 라트만스키의 ‘일곱 개의 소나타’, 뉴욕시티발레단 안무가 저스틴 펙의 ‘인 크리지즈(In Creases)’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안무를 외우기도 힘들었고, 서구인 특유의 리듬을 맞추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결국 무용수로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무대에 서면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버지니아주의 울프 트랩 야외 극장에서 공연했던 ‘지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시골 마을이라는 작품 배경과 딱 맞게 무대 옆에서 사슴이 오가고, 2막에서는 작품 속 시간의 흐름에 맞춰 주위가 어두워졌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레단이 ‘올스톱’됐지만 이은원은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국내 체류가 길어지자 지난해 5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온라인 공연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언택트 방식으로 국내 관객을 만났다. 온라인 원격 미팅 프로그램을 이용한 ‘언택트 연습’이 컨디션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발레리노 김명규의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자신의 스트레칭 영상을 공개하는 등 관객과의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발레 대중화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2013년 발레복을 입고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섰을 정도다. 그는 “무용수들의 에너지가 관객에게 직접 전달된다는 점에서 발레는 영화나 오페라 등과 구분되는 고유의 매력이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발레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달부터 워싱턴발레단은 제시카 랭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영상 작품을 촬영할 계획입니다. 그간 원천 봉쇄됐던 연습도 4~5개 그룹으로 나눠 재개할 거고요.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8월 말~9월 초 새로운 시즌 무대에 서는 게 소원입니다. 다쳤던 어깨도 다 나았고, 워싱턴 시대 2막을 앞둔 지금은 최고의 컨디션입니다. 더 많이 배우고 돌아와 한층 성숙해진 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