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예산심의 과정 등에서 적절성 논란을 불러왔던 강원 속초시 야외 썰매장이 한 달 넘게 운영되지 못하자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개장 후 문도 못 연 속초 썰매장…예산낭비 지적
26일 속초시와 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갈 곳이 없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해 썰매장을 운영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초 엑스포 주제관 옆 공영주차장에 구조물을 설치했다.

2019년 겨울 같은 곳에서 눈썰매장을 운영했던 속초시와 시설관리공단은 이번 겨울에도 6천500여만원을 들여 썰매장을 운영하기로 하고 구조물을 설치했다.

구조물 설치에는 3천여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19일부터 운영할 계획이었던 썰매장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눈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눈이 없어도 썰매를 탈 수 있도록 시설을 바꾼 데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비해 이달 중순 인공 눈 만들기 작업을 하기도 했으나 전국적으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거리두기 2단계가 그대로 유지되자 이달 말까지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시와 시설관리공단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대로 시설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종교 관련 시설 확진자 발생 등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불투명해진데다가 시설을 가동한다 해도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운영 기간을 늘리지 않는 한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코로나19 시국에 썰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적절성 문제를 지적했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예산낭비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장 후 문도 못 연 속초 썰매장…예산낭비 지적
주민들은 "앞으로 얼마나 썰매장이 운영될지는 모르지만 수천만원을 들여 설치한 시설물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은 예산낭비가 아닐 수 없다"며 "코로나19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썰매장 운영은 신중했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속초시시설관리공단이 요청한 썰매장 운영예산 심의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정호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썰매장 운영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라 반대했는데 결국 시설물을 설치해 놓고 운영조차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예산낭비 사례가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속초시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2월 썰매장 운영에 필요한 예산 3천200만원을 추경에 편성해 속초시의회에 제출했으며 심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반대했으나 다수결에 의해 예산은 통과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