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당시 피해자들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요청서 제출
박준영 "14건 중 13건 진상규명 안돼…정권 차원 사과 필요"
'이춘재 사건' 누명쓴 윤성여씨 "잘못된 진실 바로잡아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최근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윤성여(54)씨는 25일 "모든 잘못된 진실은 앞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씨를 비롯해 이춘재 사건 수사 당시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본 이들과 유족들은 이날 서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진상규명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은 윤씨를 포함해 모두 3명이다.

경찰의 사체은닉으로 30년 넘게 실종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김현정양의 아버지,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허위자백을 했다가 DNA검사로 풀려난 윤모씨(1997년 사망)의 친형 등이 참여했다.

19세 나이로 9차 사건 용의자로 몰린 윤씨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박해일이 연기한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는 인물이다.

윤씨의 친형은 "동생은 구치소에서 풀려나자마자 1년도 안 돼 암에 걸려 병원에서 7년 투병하다가 사망했다"면서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니 조사 자료만 A4용지 박스 6개 분량"이라며 "잡혀들어가 그만한 조사를 받았다는 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의 부친도 "수십년 동안 실종이라 생각하고 살아서 문도 안 잠그고 열어놓고 살았는데 경찰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진실화해위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이춘재 사건 당시 용의자로 몰린 피해자들이 허위 자백을 하게 된 경위, 살인 피해자의 사체은닉·증거인멸 과정 등 수사 전반에 걸쳐 구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8차 사건 재심을 통해 (윤성여씨가) 무죄판결을 받아 정의가 실현됐다고 할 수 있지만, 총 14건 중 13건은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14건의 수사에서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올라갔고,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반인권적 수사를 받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윤성여씨 재조사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로부터 '14건 사건 기록에 윤성여가 가득하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경찰청장의 사과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사과가 필요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신청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