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 사회의 락인(Lock-in)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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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인 효과, 소비자가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힘든 현상
우리 사회의 진부한 관습도 오랜된 락인의 결과
구글 번역기, 네비게이션 등이 락인을 깨뜨려
우리 사회의 진부한 관습도 오랜된 락인의 결과
구글 번역기, 네비게이션 등이 락인을 깨뜨려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우리 아이들에게 조기 영어 교육이 필요할까.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우리 나라 학부모들에게 이 질문은 매우 형편없는 질문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일부 유명 영어유치원의 경우 몇 달 전부터 입학 설명회 참가 신청을 해야 하고, 설명회에 참가했다 하더라도 자녀가 난도 높은 레벨 테스트에 통과해야만 간신히(?) 비싼 돈을 주고 입학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외국어 교육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의견이 있다.
과연 우리 어린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한달에 1백만~2백만원씩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인 투자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인해 기존 영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락인(lock-in)이 풀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 ‘락인 효과(lock-in effect)’란 마치 자물쇠로 걸어 잠그면 못 나가는 것처럼, 하나의 서비스에 고착화된 소비자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기 힘든 현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새롭게 바꾸면 장기적으로 더 생산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지 못해, 혹은 단기적인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싫어 기존의 것을 계속 이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쿼티(QWERTY) 키보드’라는 이상한 문자 배열 키보드에 락인되어 여전히 쿼티 키보드를 쓰고 있고, 과거에 첫 입사한 회사의 월급 통장이 있었던 은행에 락인되어 여전히 그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어떤 소비자는 처음 사용한 갤럭시폰, 혹은 아이폰에 너무 익숙해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으로 교체하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가 기존의 것에 너무 익숙해서 새롭게 바꾸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락인의 결과이다.
하지만 견고해 보이던 락인도 새로운 기술의 혁신으로 인해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다. ‘프리챌’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기억하는가.
프리챌은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리챌이 갑작스러운 유료화 정책을 발표한다. 아마 프리챌은 고객들이 자사의 커뮤티니 서비스 이용에 너무 익숙해 다른 사이트로 쉽게 옮기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실제로 커뮤니티 게시판의 모든 기록과 추억을 버리고 새로운 사이트로 옮기는 것은 여간 어렵고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즉 프리챌은 고객의 락인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락인은 경쟁사의 기술에 의해 보기 좋게 깨졌다. 당시 싸이월드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이 ‘커뮤니티 이사 서비스’라는 이름 하에 과거 프리챌에서 이용하던 게시판의 글과 사진을 모두 자사의 새로운 게시판에 ‘기술적으로’ 옮겨줬기 때문이다.
오래된 락인을 정부의 정책으로 깬 사례도 있다. 지금 우리는 모두 010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지만, 과거의 우리는 011, 016, 017, 019와 같이 이동통신 회사별로 서로 다른 앞자리 번호를 이용했다.
당시 우리는 개인의 수고로움, 혹은 경제적 비용 때문에 한번 가입한 이동통신회사를 잘 바꾸지 못했다. 예를 들어, 011로 시작하는 번호에 한번 가입하면 계속 011을 써야 할 유인이 존재했다.
특히 자영업, 혹은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번호는 중요한 재산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깨질 것 같지 않던 이 락인 역시 이동통신회사에 상관없이 모두 ‘010 번호’를 쓰는 정부의 번호이동성제도에 의해 무너졌다.
이러한 락인이 단지 시장의 제품과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오래된 시스템, 진부한 관습도 어찌 보면 오래된 락인의 결과이다.
앞서 언급했던 지나친 외국어 교육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교육열, 치열한 입시 경쟁과 결합하여 명문대 입학을 준비하기 위한 첫 단계로 영어유치원 입학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최근 이 락인 역시 새로운 기술 혁신에 의해 조금씩 풀리고 있음을 목격한다. Google 번역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요즘 번역기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다. 우리말과 어순이 비슷한 일본어는 거의 완벽할 정도로 번역이 되고, 어순이 다른 영어의 경우 여전히 어색함이 있지만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정도까지 발전하였다. 혹자는 당장 외국인과 만나서 의사소통 해야 하는데 언제 번역기에 타이핑하고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늘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지 않던가.
인터넷 환경과 IOT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람과 사물에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만약 번역기의 질적 수준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무선 이어폰 같은 장치가 더 빠르게 인터넷에 연결만 된다면 조만간 거의 동시 통역 수준으로 전세계인과 대화를 주고 받는 날이 올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앞의 외국인이 말하는 즉시 나의 스마트기기를 통해 음성이 인식되고, 인터넷에 연결만 된다면 번역기 기능을 통해 곧바로 나의 무선 이어폰, 혹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통역된 내용을 전달해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필자가 외국어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외국어 교육에 지나치게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곧 효율적이지 않은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할 뿐이다.
이 문제를 최대한 경영학자 답게 ‘비용-편익(cost-benefit)’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비싼 영어 유치원의 경우 많게는 한달에 2백만원의 교육비가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놀랍지만 실제로 그렇다).
많은 영어유치원 원장님의 의견처럼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5세부터 7세까지 3년동안 영어유치원에 다녀야 할 경우, ‘2백만원X12개월X3년=총 7천2백만원’의 교육비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난도 높은 영어유치원 숙제를 따라잡기 위해 숙제만 봐주는 학원을 따로 다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많게는 총1억원에 가까운 교육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사회 일부 부유층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대학생도 아닌 유치원 어린이에게 영어 교육만으로 이렇게 큰 사교육비가 들어간다니, 우리 나라 교육 시스템이 잘못되어도 뭔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만약 기술이 더 발전하여 품질 좋은 번역기를 이용한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최고가의 무선 이어폰를 구입해봤자 비용은 기껏해야 최대 수십만원 정도일 것이다.
아마도 여러분은 이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무선이어폰도 하나쯤 장만할 테니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외국어를 위한 실질적 추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물론 여러분이 번역기 없이도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구사하면 더 큰 편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편익의 차이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점차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너무 당연했던 사회적 락인이 깨지는 모습을 경험한 바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자동차 운전자에게 ‘지리적 정보’는 매우 가치 있는 정보였다. 과거 운전자라면 누구나 차에 종이로 된 전국 지도책이 하나쯤 있었다.
사람들은 낯선 길을 갈 때 종이 지도 책을 펼쳐 길을 찾았다. 아마도 길을 잘 모르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운전하기 매우 힘든 시절이었을 것 같다. 때문에 과거에는 택시 기사처럼 길을 잘 알거나, 버스 노선도를 숙지하는 것이 매우 가치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이제 그 가치는 ‘네비게이션’이라는 새로운 기술 혁신에 의해 보기 좋게 깨졌다. 극단적으로 요즘 운전자들은 길을 전혀 몰라도 문제가 없다. 단지 운전 조작만 할 줄 알고 GPS만 연결되는 상황이라면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누구든지 과거 택시기사보다 더 빠르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까지 발전하면 어쩌면 운전 조작의 기술조차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다. 이는 종이지도책을 들고 다니던 과거 운전자로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한 인터넷 사이트의 새로운 승자 싸이월드도 결국 자신이 새롭게 만든 락인을 지키지 못하고 모바일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무너졌다는 점이다.
지금 인터넷 사이트에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또 다른 새로운 승자가 등장하였다. 물론 이들 역시 언젠가는 새로운 승자에 의해 또 다시 락인이 깨지는 경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승자는 기존의 락인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경쟁자는 그 락인을 풀기위해 끊임없이 혁신한다. 이러한 치열한 락인 풀기 싸움 덕분에 결국 산업은 더욱 발전하고 우리 소비자들은 항상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우리도 더 나은 내일을 우리 사회의 오래된 락인을 과감히 깨자. 과거의 진부한, 비효율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과 용기로 우리 사회 구성원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자.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수천만원의 사교육 비용을 쓰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에게 조기 영어 교육이 필요할까.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우리 나라 학부모들에게 이 질문은 매우 형편없는 질문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일부 유명 영어유치원의 경우 몇 달 전부터 입학 설명회 참가 신청을 해야 하고, 설명회에 참가했다 하더라도 자녀가 난도 높은 레벨 테스트에 통과해야만 간신히(?) 비싼 돈을 주고 입학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외국어 교육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의견이 있다.
과연 우리 어린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한달에 1백만~2백만원씩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인 투자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인해 기존 영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락인(lock-in)이 풀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 ‘락인 효과(lock-in effect)’란 마치 자물쇠로 걸어 잠그면 못 나가는 것처럼, 하나의 서비스에 고착화된 소비자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기 힘든 현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새롭게 바꾸면 장기적으로 더 생산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지 못해, 혹은 단기적인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싫어 기존의 것을 계속 이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쿼티(QWERTY) 키보드’라는 이상한 문자 배열 키보드에 락인되어 여전히 쿼티 키보드를 쓰고 있고, 과거에 첫 입사한 회사의 월급 통장이 있었던 은행에 락인되어 여전히 그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어떤 소비자는 처음 사용한 갤럭시폰, 혹은 아이폰에 너무 익숙해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으로 교체하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가 기존의 것에 너무 익숙해서 새롭게 바꾸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락인의 결과이다.
하지만 견고해 보이던 락인도 새로운 기술의 혁신으로 인해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다. ‘프리챌’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기억하는가.
프리챌은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리챌이 갑작스러운 유료화 정책을 발표한다. 아마 프리챌은 고객들이 자사의 커뮤티니 서비스 이용에 너무 익숙해 다른 사이트로 쉽게 옮기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실제로 커뮤니티 게시판의 모든 기록과 추억을 버리고 새로운 사이트로 옮기는 것은 여간 어렵고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즉 프리챌은 고객의 락인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락인은 경쟁사의 기술에 의해 보기 좋게 깨졌다. 당시 싸이월드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이 ‘커뮤니티 이사 서비스’라는 이름 하에 과거 프리챌에서 이용하던 게시판의 글과 사진을 모두 자사의 새로운 게시판에 ‘기술적으로’ 옮겨줬기 때문이다.
오래된 락인을 정부의 정책으로 깬 사례도 있다. 지금 우리는 모두 010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지만, 과거의 우리는 011, 016, 017, 019와 같이 이동통신 회사별로 서로 다른 앞자리 번호를 이용했다.
당시 우리는 개인의 수고로움, 혹은 경제적 비용 때문에 한번 가입한 이동통신회사를 잘 바꾸지 못했다. 예를 들어, 011로 시작하는 번호에 한번 가입하면 계속 011을 써야 할 유인이 존재했다.
특히 자영업, 혹은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번호는 중요한 재산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깨질 것 같지 않던 이 락인 역시 이동통신회사에 상관없이 모두 ‘010 번호’를 쓰는 정부의 번호이동성제도에 의해 무너졌다.
이러한 락인이 단지 시장의 제품과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오래된 시스템, 진부한 관습도 어찌 보면 오래된 락인의 결과이다.
앞서 언급했던 지나친 외국어 교육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교육열, 치열한 입시 경쟁과 결합하여 명문대 입학을 준비하기 위한 첫 단계로 영어유치원 입학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최근 이 락인 역시 새로운 기술 혁신에 의해 조금씩 풀리고 있음을 목격한다. Google 번역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요즘 번역기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다. 우리말과 어순이 비슷한 일본어는 거의 완벽할 정도로 번역이 되고, 어순이 다른 영어의 경우 여전히 어색함이 있지만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정도까지 발전하였다. 혹자는 당장 외국인과 만나서 의사소통 해야 하는데 언제 번역기에 타이핑하고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늘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지 않던가.
인터넷 환경과 IOT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람과 사물에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만약 번역기의 질적 수준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무선 이어폰 같은 장치가 더 빠르게 인터넷에 연결만 된다면 조만간 거의 동시 통역 수준으로 전세계인과 대화를 주고 받는 날이 올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앞의 외국인이 말하는 즉시 나의 스마트기기를 통해 음성이 인식되고, 인터넷에 연결만 된다면 번역기 기능을 통해 곧바로 나의 무선 이어폰, 혹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통역된 내용을 전달해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필자가 외국어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외국어 교육에 지나치게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곧 효율적이지 않은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할 뿐이다.
이 문제를 최대한 경영학자 답게 ‘비용-편익(cost-benefit)’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비싼 영어 유치원의 경우 많게는 한달에 2백만원의 교육비가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놀랍지만 실제로 그렇다).
많은 영어유치원 원장님의 의견처럼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5세부터 7세까지 3년동안 영어유치원에 다녀야 할 경우, ‘2백만원X12개월X3년=총 7천2백만원’의 교육비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난도 높은 영어유치원 숙제를 따라잡기 위해 숙제만 봐주는 학원을 따로 다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많게는 총1억원에 가까운 교육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사회 일부 부유층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대학생도 아닌 유치원 어린이에게 영어 교육만으로 이렇게 큰 사교육비가 들어간다니, 우리 나라 교육 시스템이 잘못되어도 뭔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만약 기술이 더 발전하여 품질 좋은 번역기를 이용한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최고가의 무선 이어폰를 구입해봤자 비용은 기껏해야 최대 수십만원 정도일 것이다.
아마도 여러분은 이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무선이어폰도 하나쯤 장만할 테니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외국어를 위한 실질적 추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물론 여러분이 번역기 없이도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구사하면 더 큰 편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편익의 차이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점차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너무 당연했던 사회적 락인이 깨지는 모습을 경험한 바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자동차 운전자에게 ‘지리적 정보’는 매우 가치 있는 정보였다. 과거 운전자라면 누구나 차에 종이로 된 전국 지도책이 하나쯤 있었다.
사람들은 낯선 길을 갈 때 종이 지도 책을 펼쳐 길을 찾았다. 아마도 길을 잘 모르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운전하기 매우 힘든 시절이었을 것 같다. 때문에 과거에는 택시 기사처럼 길을 잘 알거나, 버스 노선도를 숙지하는 것이 매우 가치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이제 그 가치는 ‘네비게이션’이라는 새로운 기술 혁신에 의해 보기 좋게 깨졌다. 극단적으로 요즘 운전자들은 길을 전혀 몰라도 문제가 없다. 단지 운전 조작만 할 줄 알고 GPS만 연결되는 상황이라면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누구든지 과거 택시기사보다 더 빠르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까지 발전하면 어쩌면 운전 조작의 기술조차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다. 이는 종이지도책을 들고 다니던 과거 운전자로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한 인터넷 사이트의 새로운 승자 싸이월드도 결국 자신이 새롭게 만든 락인을 지키지 못하고 모바일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무너졌다는 점이다.
지금 인터넷 사이트에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또 다른 새로운 승자가 등장하였다. 물론 이들 역시 언젠가는 새로운 승자에 의해 또 다시 락인이 깨지는 경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승자는 기존의 락인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경쟁자는 그 락인을 풀기위해 끊임없이 혁신한다. 이러한 치열한 락인 풀기 싸움 덕분에 결국 산업은 더욱 발전하고 우리 소비자들은 항상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우리도 더 나은 내일을 우리 사회의 오래된 락인을 과감히 깨자. 과거의 진부한, 비효율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과 용기로 우리 사회 구성원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자.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수천만원의 사교육 비용을 쓰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