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과 함께 연방 부처들을 대행 체제로 이끌 기관장을 임명했다. 이날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급 각료 가운데 상원 인준안이 통과된 사람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단 한 명뿐이다. 나머지 22개 부처는 당분간 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각료 후보자들의 인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직업 공무원들이 일시적으로 연방 부처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첫 여성 국가정보국장 탄생

미 상원은 이날 헤인스 DNI 국장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4명, 반대 10명으로 통과시켰다. DNI는 중앙정보국(CIA) 등 18개 정보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다. DNI 수장에 여성이 오른 것은 헤인스가 처음이다. 헤인스 국장은 바이든 내각 장관급 후보자 가운데 처음으로 상원 인준을 통과한 사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까지 단 한 명의 각료 후보자도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한 채 취임식을 치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에 승복하지 않아 불복 정국이 이어진 데다 지난 5일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 결과 등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힘겨루기를 한 영향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 상원은 전날 헤인스 국장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했다.

‘다양성’ 강조한 바이든 정부

바이든 행정부는 성, 인종, 출신 배경 등에서 ‘다양성’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옐런 재무장관 후보자는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에 오르게 된다. 오스틴 국방장관 후보자는 최초로 흑인 국방장관이 된다. 또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후보자는 성소수자(동성애자) 중 최초로 장관에 오를 예정이다.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 하비어 베세라 보건복지장관 후보자는 히스패닉계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인도계 여성 니라 탠든, 경제자문위원장에 흑인 여성 세실리아 라우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만계 여성 캐서린 타이가 발탁된 것도 눈에 띈다.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처음으로 흑인인 마이클 리건이 임명됐다.

바이든 내각은 비백인·여성 비중이 상당히 높다. 백인과 유색인종 비율은 5 대 5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다양성이 대폭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료들의 평균 연령도 높은 편이다. 더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평균 연령은 61세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나이가 많다”고 전했다.

당분간 무더기 대행 체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각료들에 대한 상원 인준 처리가 늦어지자 이날 연방 부처를 이끌 장관 대행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국무장관 대행에는 직업 외교관을 거쳐 외교관 교육 연구소를 운영 중인 대니얼 스미스 전 그리스 대사가 임명됐다. 법무장관 대행은 미국 최초 흑인 법무장관이었던 에릭 홀더의 비서실장 몬티 윌킨슨이 맡는다.

재무장관 대행에는 재무부에서 국제통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앤디 바우컬이, 국방장관 대행에는 퇴역 장군인 데이비드 노퀴스트가 임명됐다. CIA는 당분간 데이비드 코언 전 CIA 부국장이 이끈다. 대행 체제에는 국토안보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에너지부를 비롯해 USTR, 항공우주국 등 주요 부처와 기관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뿐만 아니라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내각 구성에 차질을 빚어왔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