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관계부처·전문가 논의 담은 '제안서' 제출
"일부 범죄만 양형기준 존재…'처벌 불원' 감경 요소로 고려 말아야"
아동학대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공분이 크지만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범죄에 엄정한 단죄가 이뤄지도록 양형 기준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21일 복지부에 따르면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날 대법원에서 양형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을 만나 아동학대 관련 범죄의 양형기준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의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는 법무부와 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법률 전문가, 아동 분야 교수 등 각계 인사로 구성된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강화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복지부는 제안서를 통해 아동학대 범죄의 유형이 다양한데도 아동학대치사나 중상해, 아동복지법상 일부 금지 행위에 대해서만 양형 기준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호자에 의한 형법상 상해 등 다른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서도 양형 기준을 마련하거나 별도의 '아동학대 범죄군'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제안이다.

복지부는 신체적·정서적 학대, 유기·방임 등 아동복지법상 일부 금지 행위에 대한 양형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특정 가중요소'가 적용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학대 행위자가 보호자인 경우, 혹은 6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한 범행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아동복지법상 신체·정서적 학대 등에도 적용해달라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특히 아동학대 범죄를 통상적 범죄와 다르게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제안서에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를 뜻하는 '처벌 불원' 등의 사유가 아동학대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도 담겼다.

통상 다른 범죄에서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가 감경 요소로 고려될 수 있지만, 아동학대 범죄에서는 피해 아동이 학대 행위자는 물론, 친족으로부터 이를 강요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다.

아울러 복지부는 아동학대 범죄에 있어서는 집행유예 사유를 엄격히 적용해달라고도 제안했다.

아동학대 범죄에서는 보호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 가정에 복귀한 뒤 재학대를 저지를 우려가 큰 만큼 사회 복지제도로도 해결되지 않는 '극심한 곤경'에 한해서만 검토해달라는 취지다.

권덕철 장관은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에 준하는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법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