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역 강조하며 "이 대표도 소비하러 빵집 가지 않나" 일침
대선주자 1위 '신중 행보'…"없는 싸움 만들지 말라" 갈등설 일축
이재명, 이낙연·정세균에 "방역방해 우려, 기우 되게 하겠다"
"이낙연 대표께서 경기도의 재난지원금에 대해 특정 표현을 써서 충고 또는 걱정해줬다.

그런 점도 감안해서 우려가 기우가 될 수 있도록 충분히 생각하고 고려하겠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경기도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보편지급을 두고 "거리두기 중에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이 지사는 "똑같은 정책에 대해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당연히 맞는 말이고 타당한 지적이기 때문에 그 말씀을 잘 수용해서 신중하게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전날 퇴근길에 페이스북에 올린 동네빵집 방문 사진을 지목하며 "(재난기본소득을) 소비할 때 감염 위험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데, 이 대표님도 빵집 가서 인증샷도 하는걸 보니 소비하는 자체를 막는 것 같지 않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지사는 "(지원금) 지급하니 마스크 벗고 쓰자, 모여서 쓰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꼭 필요한 소비를 위해 마트를 가든지 배달을 시키든지 방역 방해를 안하면서 소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별 지급을 우선하는 정세균 총리를 향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 총리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상황에선 차등 지원이 옳고 피해를 많이 본 쪽부터 지원하는 게 옳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부에서 피해가 큰 영역에 선별 지원하고 있으니 지방정부는 그에 맞춰서 선별되지 못한 사람을 지원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보편지급을 둘러싼 당 지도부와의 갈등설도 일축했다.

그는 "당과 갈등은 전혀 없다"면서 "없는 싸움 구경거리를 일부러 만들지 말라"고 했다.

이 지사가 이날 "방역상황을 보겠다"며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선 주자 1위의 무게감을 느끼며 속도 조절을 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의 권고와 우려를 이해하고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여러 번 '신중'을 강조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문제를 두고 밤샘 고심하면서 당과 발을 맞추려고 진땀을 빼는 모습이 낯설다"면서 "앞으로도 원팀을 강조하고 그동안 독불장군식 이미지와 달리, 협력과 연대, 화합과 포용, 양보와 수용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설(2.12) 전에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사실상 자신의 구상을 온전히 실행에 옮기는 셈이 된다.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방역변수만 없다면, 다음 주중 도의회 의결을 거치면 당초 안대로 2월 초 지급이 가능하다는 게 경기도의 판단이다.

이미 지급 대상자 기준일을 '19일 24시 현재 경기도 주민등록자'로 못 박은 데다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여전히 설 전 지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당과 정부에 맞서는 모습을 자제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그대로 관철하는 것은 지난달 21일 수도권 지자체간 '5인 이상 사적 모임 집합금지'를 끌어낼 때와도 흡사하다.

당시 이 지사는 "수도권 지자체가 공동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서 최대한 협의하겠다"면서도 "경기도에서만이라도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라고 압박해 결국 정부 차원의 수도권 규제를 이끌어낸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