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도 팔고 어려운 사람도 돕고 '이석이조'
봉쇄령으로 학교·식당 달걀 수요 곤두박질
업자들 "달걀 안 팔리면 암탉 살처분도 검토"
영국의 한 양계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으로 판로가 막히자 '달걀 한 판을 팔면 한 판을 기부'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주에 있는 '세인트에웨'(St Ewe) 양계장은 이런 전략을 담아 '셸 아웃 투 헬프 아웃(Shell Out to Help Out)' 캠페인을 최근 시작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계를 돕고 시민의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한 외식 지원 사업 '잇 아웃 투 헬프 아웃(Eat Out To Help Out)'을 변형한 것.
달걀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코로나19 봉쇄로 수요는 급감하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늘어난 후 달걀 가격 인하와 함께 내놓은 '윈윈(win win)' 전략이다.

세인트에웨 양계장에서는 코로나19 봉쇄와 상관없이 암탉 약 18만 마리가 매일 평소처럼 알을 낳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확진자가 늘면서 세 번째 봉쇄령이 단행되자 학교와 식당, 숙박업소 등 달걀의 주요 소비처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됐다.

더욱이 봉쇄령으로 물류도 막혀버린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달걀의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쳐버린 것이다.

세인트에웨 양계장 주인인 벡스 통스는 "닭은 코로나19라고 휴가를 보낼 수도 없다"면서 "바이러스 대유행 시기 동안 거래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달걀을 버리는 사태는 피하고 소비를 촉진하고자 시행한 이번 캠페인을 통해 이 양계장이 지난주 기부한 달걀은 2만 개가량. 취약계층에 달걀을 나눠준 비영리 단체 '카오스'(CHAOS) 측은 "캠페인 덕에 수백 명이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봉쇄령으로 인해 달걀 수요는 급락하는데 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암탉들을 살처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잉글랜드 햄프셔주 폴딩브릿지 지역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벤 잭슨은 매일 약 4천 개에 이르는 달걀 여유분이 창고에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달걀을 팔지 못하면 닭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어렵다.

다른 양계장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다들 다음 주쯤 암탉 일부를 살처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도 가장 피하고 싶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은 영국 내 사육되는 산란닭이 3천만 마리가량으로 집계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