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자산이 압류, 매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양국 간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대해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양국이 여러 차원의 대화를 하고 있는 차원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서 솔직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한일 간 미래지향적 발전해나가야 하는 것은 그거대로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익명의 일본 외무성 간부가 "문 대통령이 현금화에 위기감을 표명한 것은 전진"이라면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행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신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과거에 비해 전향적인 입장을 드러냈지만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스가 일본 총리도 이날 양국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스가 총리는 정기국회 개원을 계기로 한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도 "현재 양국 관계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전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겠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의 이날 발언은 한국이 양국 갈등의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한국 법원이 지난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가운데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부분을 인정한다"면서도 기존의 '피해자 중심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토대(위안부 합의) 위에서 이번 판결을 받은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한·일 간 협력을 해나가겠다"며 "외교적 해법은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