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예약에 개인 백신 선택권은 없어…접종 시설로 바뀐 박물관 첫 외신 공개
[르포] 중국 백신 접종 현장…유니폼 차림 대기자들 눈길
지난 15일 오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차오양공원 안의 박물관.
작업용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줄줄이 보안검색을 거쳐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박물관 관람객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온 건설 근로자들이다.

이 박물관은 올해 첫날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소로 탈바꿈했다.

접종 희망자들은 의료진에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접종 장소로 이동했다.

한꺼번에 20명이 백신 주사를 맞을 수 있는데 접종 장소는 칸막이로 나뉘어 있다.

접종 희망자들은 차례대로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백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주사를 맞았다.

이 과정은 1∼2분 가량 소요됐다.

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접종 후 30분이 지날 때까지 대기 장소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부작용이 없는 게 확인되면 각자 일터로 돌아갔다.

[르포] 중국 백신 접종 현장…유니폼 차림 대기자들 눈길
접종 장소 옆에는 응급처치실이 마련돼 있고 출구 주변에는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이른바 중점 그룹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이징에서는 지난 14일까지 150만회 투약분의 접종을 했다"고 말했다.

접종 장소는 200곳이 넘게 설치됐다.

중국은 우선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까지 중점 그룹의 백신 접종을 끝내고 춘제 이후에는 접종 대상을 일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춘제 전인 다음달 초까지 전국적으로 5천만명을 접종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은 겨울철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해졌다.

현재 허베이(河北)성과 헤이룽장(黑龍江)성의 4개 도시에서 2천만명 넘는 사람들이 도시 봉쇄로 집 밖에 나가지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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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현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 냉동식품업 종사자부터 경찰, 소방, 양로, 통신, 수도, 전기 등 부문까지 "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바이러스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이 접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시는 백신 접종 중점그룹 9개군을 지정했다.

운송, 세관, 해외 파견자·유학생, 의료진, 공무원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베이징의 택시회사와 차량호출업체들은 모든 기사들이 백신을 접종받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샤오즈펑(肖志鋒) 베이징 차오양구 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차오양공원 박물관에서 매일 2천∼3천명이 백신을 맞고 있지만 아직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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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접종하는 백신은 시노팜(중국의약그룹)과 시노백(커싱생물) 2개 업체의 백신이다.

이날 만난 관계자와 백신 접종자들은 접종 장소에 따라 백신 종류가 정해져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이날 방문한 현장에서는 모든 접종 희망자들이 시노팜 백신을 맞았다.

제약사에 따라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백신 접종자들은 개인이 아닌 단체로 신청해 백신을 맞기 때문에 백신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특히 시노백의 백신은 브라질 임상시험에서는 예방 효과가 50.38%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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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 9일 시노백 백신을 맞았다는 슈퍼마켓 점장 추이페이페이(崔培培)는 백신 선택권이 없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정부가 계획한 것이니 안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계획에 따라 1차 접종 후 14일 이상 지나서 2차 접종을 할 것이라면서 "주변 사람과 친구들에게도 백신을 맞으라고 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오양구의 한 스취(社區·한국의 동 주민센터 격) 책임자 딩젠광(丁建光)은 "일상적으로 업무에서 접촉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나도 보호하고 주민도 보호하기 위해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그는 백신이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묻자 "전 세계가 다 그렇게 바랄 것"이라고 답했다.

[르포] 중국 백신 접종 현장…유니폼 차림 대기자들 눈길
중국 당국은 이날 연합뉴스를 포함한 외신 기자들에게 백신 접종 장소를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이는 중국에서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다만 당국은 현장 취재를 철저히 통제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보여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현장에는 통제선이 쳐졌으며 당일 접종을 받은 사람들의 취재는 금지됐는데 방역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만 했다.

인터뷰 대상자로 내세운 사람들도 일반 직원이 아닌 책임자 급이었으며 이 중 일부는 사전에 답변을 미리 외워온 듯한 인상을 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