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퇴원환자 감사인사가 버팀목" 최일선 전장에 선 간호사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치킨 사달라' 난감한 환자 요청에 속앓이도…"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어요"
땀에 젖은 방호복은 일상…고질적 인력난 해소 과제 "만약 환자분들이 입원하신다면 의료진도 함께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환자분들이 힘든 만큼 저희도 최선을 다해 노력합니다.
환자분들에게 간호사로서 존중받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어요.
"
경남 창원 마산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우승민·황영주 간호사는 작년 2월 말부터 1년 가까이 현장 제일선에서 코로나와 기약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는 일상이라지만 전담 치료 병동 내에서 2∼3시간씩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버겁기만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창기만 하더라도 밀려드는 환자에 들쑥날쑥한 근무표 변경으로 인해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까마득하기만 했다.
지금은 체계도 제법 잡히고 병동 내 근무 시간도 줄어 한결 나아졌지만 20여 명에 불과한 간호사로 24시간을 책임지느라 일손이 모자란 것은 여전하다.
물 흐르듯 땀이 쏟아지는 이마에 환자용 아이스팩을 대고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환자 호출이 오면 다급하게 발길을 옮겨야 한다.
가습기가 없다며 '환자 받을 준비가 안 됐다'고 면박을 주거나 치킨을 사달라는 등 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예사다.
확진자가 치매 환자일 경우 일일이 밥을 손으로 떠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화장실까지 데려다줘야 한다.
어떤 환자는 완치가 안 됐음에도 옷을 갈아입고 퇴원하겠다고 말하거나 저고리를 찾겠다며 병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시도까지 했다.
자폐아 확진자들이 침대 사이를 뛰어다니거나 난간 위에 올라타는 등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
그렇게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완치자들이 퇴원할 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환한 미소를 지으면 그동안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우승민 간호사는 "코로나19 초창기 환자가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던 그때가 정말 힘들었다"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을 위해 인력을 조금이라도 더 충원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황영주 간호사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이 가장 힘들다"며 "다들 힘드시겠지만, 마스크를 꼭 쓰고 외출을 자제해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양유림 간호사는 조금은 고단한 얼굴로 땀에 젖은 방호복과 함께한 7개월을 떠올렸다.
올해 10년 차인 베테랑급 양 간호사에게도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병동 업무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입원한 남성 환자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며 이중, 삼중으로 더해진 간호사 업무를 설명했다.
이 남성 환자는 코로나19를 종교의 힘으로 이겨낼 요량으로 격리병실에서 기도를 올리며 양방 치료를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했다고 한다.
'기도 시간'이라는 이유로 주사와 약물 등 처치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양 간호사는 의료진의 임무를 잊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설득을 거듭하며 이 환자를 어렵게 퇴원 길로 인도했다.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현대 의학을 거부하는 사례를 접한 것도 처음이어서 황당했지만 직접 환자에게 음식을 떠먹이면서까지 본분을 다했다.
방호복 항시 착용과 같은 일선 의료진의 어려움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졌지만, 환자의 잔심부름은 직업적 자긍심마저 깎는 무척 난처한 일이라고 양 간호사는 힘줘 말했다.
'집에서 택배로 반찬을 보내줬는데 대신 받아다 줄 수 있느냐'는 환자의 말에 방호복까지 벗고 병원 현관문으로 나갔더니, 주문 음식을 가져온 배달원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던 경험도 있다고 한다.
배달 음식부터 마스크팩까지 다양한 택배를 받아달라는 환자들의 '선 넘은' 요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양 간호사는 전했다.
양 간호사는 "입은 지 10분 만에 방호복 안의 옷이 땀으로 젖고 안경에 습기가 차고 만성 피로로 헤르페스(물집성 피부병)를 달고 사는 건 모든 의료진의 어려움일 것"이라며 "입원 초기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던 환자를 정성스레 돌보고 치료했는데, 퇴원하며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가슴이 저릿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땀에 젖은 방호복은 일상…고질적 인력난 해소 과제 "만약 환자분들이 입원하신다면 의료진도 함께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환자분들이 힘든 만큼 저희도 최선을 다해 노력합니다.
환자분들에게 간호사로서 존중받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어요.
"
경남 창원 마산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우승민·황영주 간호사는 작년 2월 말부터 1년 가까이 현장 제일선에서 코로나와 기약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는 일상이라지만 전담 치료 병동 내에서 2∼3시간씩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버겁기만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창기만 하더라도 밀려드는 환자에 들쑥날쑥한 근무표 변경으로 인해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까마득하기만 했다.
지금은 체계도 제법 잡히고 병동 내 근무 시간도 줄어 한결 나아졌지만 20여 명에 불과한 간호사로 24시간을 책임지느라 일손이 모자란 것은 여전하다.
물 흐르듯 땀이 쏟아지는 이마에 환자용 아이스팩을 대고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환자 호출이 오면 다급하게 발길을 옮겨야 한다.
가습기가 없다며 '환자 받을 준비가 안 됐다'고 면박을 주거나 치킨을 사달라는 등 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예사다.
확진자가 치매 환자일 경우 일일이 밥을 손으로 떠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화장실까지 데려다줘야 한다.
어떤 환자는 완치가 안 됐음에도 옷을 갈아입고 퇴원하겠다고 말하거나 저고리를 찾겠다며 병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시도까지 했다.
자폐아 확진자들이 침대 사이를 뛰어다니거나 난간 위에 올라타는 등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
그렇게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완치자들이 퇴원할 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환한 미소를 지으면 그동안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우승민 간호사는 "코로나19 초창기 환자가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던 그때가 정말 힘들었다"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을 위해 인력을 조금이라도 더 충원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황영주 간호사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이 가장 힘들다"며 "다들 힘드시겠지만, 마스크를 꼭 쓰고 외출을 자제해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양유림 간호사는 조금은 고단한 얼굴로 땀에 젖은 방호복과 함께한 7개월을 떠올렸다.
올해 10년 차인 베테랑급 양 간호사에게도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병동 업무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입원한 남성 환자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며 이중, 삼중으로 더해진 간호사 업무를 설명했다.
이 남성 환자는 코로나19를 종교의 힘으로 이겨낼 요량으로 격리병실에서 기도를 올리며 양방 치료를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했다고 한다.
'기도 시간'이라는 이유로 주사와 약물 등 처치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양 간호사는 의료진의 임무를 잊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설득을 거듭하며 이 환자를 어렵게 퇴원 길로 인도했다.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현대 의학을 거부하는 사례를 접한 것도 처음이어서 황당했지만 직접 환자에게 음식을 떠먹이면서까지 본분을 다했다.
방호복 항시 착용과 같은 일선 의료진의 어려움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졌지만, 환자의 잔심부름은 직업적 자긍심마저 깎는 무척 난처한 일이라고 양 간호사는 힘줘 말했다.
'집에서 택배로 반찬을 보내줬는데 대신 받아다 줄 수 있느냐'는 환자의 말에 방호복까지 벗고 병원 현관문으로 나갔더니, 주문 음식을 가져온 배달원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던 경험도 있다고 한다.
배달 음식부터 마스크팩까지 다양한 택배를 받아달라는 환자들의 '선 넘은' 요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양 간호사는 전했다.
양 간호사는 "입은 지 10분 만에 방호복 안의 옷이 땀으로 젖고 안경에 습기가 차고 만성 피로로 헤르페스(물집성 피부병)를 달고 사는 건 모든 의료진의 어려움일 것"이라며 "입원 초기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던 환자를 정성스레 돌보고 치료했는데, 퇴원하며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가슴이 저릿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