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폭설 땐 이틀 내내 운행…쪽잠 자며 작업 이어가
"지체하면 곧 교통 마비"…폭설 뚫고 달리는 제설차량 기사들
"준비 끝, 눈 치우러 갑시다.

"
12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도림동 한 야적장에서 1.5t짜리 염화칼슘 4포를 실은 제설 차량 10대가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차례로 눈길을 나섰다.

오후 들어 내리기 시작한 눈은 금세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고 두꺼운 외투를 꽁꽁 싸맨 시민들은 폭설을 피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설용 15t 덤프트럭을 운행하는 권재식(65)씨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경사가 심한 인천대공원 인근 도로였다.

권씨는 "일단 사고 위험성이 높은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염화칼슘을 살포한다"며 "이후에는 정해진 구역에 따라 끊임없이 제설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사이드미러를 주시한 채 차량 내부에 설치된 '염화물 자동살포기'를 작동시키며 작업에 집중했다.

스위치를 조작하는 그의 손가락 움직임에 맞춰 염화칼슘은 도로 곳곳에 적절하게 흩뿌려졌다.

최근 폭설이 내린 뒤 며칠간 지속된 한파에도 도로가 얼지 않았던 것에는 권씨와 같은 제설 차량 기사들의 노력이 컸다.

권씨는 "작년에는 총 4번만 출동했는데 올해는 눈이 많이 와 벌써 5번째 출동"이라며 "며칠 전 폭설 땐 이틀 동안 쪽잠을 자면서 제설차를 몰았다"고 말했다.

권씨는 겨울철에만 구청과 계약을 맺고 약 8년 전부터 제설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모래포대를 짊어지고 직접 골목이나 좁은 도로에 모래를 뿌려야 해 힘도 들었지만 최근에는 자동화된 제설차량 덕분에 육체적인 고단함의 강도는 그나마 좀 줄었다.

그러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제설작업을 아무리 해도 "우리 동네 도로 제설이 제대로 안 됐다"는 불만 민원이 쏟아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지체하면 곧 교통 마비"…폭설 뚫고 달리는 제설차량 기사들
이날 한참 동안 내리던 눈은 한때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퇴근시간대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굵어졌다.

오후 3시 30분을 기해 인천지역에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지자 권씨의 표정에도 초조함이 묻어났다.

권씨는 "장기간 운행이 이어지면 피로가 쌓여 힘들다"면서도 "불편함을 겪을 시민들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눈 내리는 걸 보니 집에 가기는 쉽지 않겠다"며 "눈 내린 경치를 벗 삼아 힘내보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낮 12시부터 도로 제설 작업을 시작했다.

폭 20m 이상 도로는 인천시 도로과, 종합건설본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73명이 제설작업을 진행했다.

나머지 도로는 10개 군·구와 민자 터널 소속 359명이 맡아 제설 작업을 벌였다.

인천에 발효된 대설주의보는 이날 오후 5시 30분을 기해 해제됐다.

기상청은 오후 6시까지 눈이 강하게 내리다가 이후 약해졌으나 경기 동부를 중심으로 오후 9시까지 내리는 곳도 있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