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 한국 대표단 이란 외무장관 면담
"선박 나포에 개입 못해"…미국·프랑스에도 경고
이란 외무부 "선박나포 정치화 안돼…동결자금 해결하라"(종합)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출금이 동결된 자국 자금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면서, 이란이 나포한 한국 선박 문제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한국 선박 나포와 한국 내 이란 동결 자산 문제 논의차 방문한 한국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끄는 대표단과의 회담에서 "한국 내 동결 자산은 양국 관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를 제거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를 고려할 때 양국 관계의 우선순위는 한국 내 동결된 우리 금융 자산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은행의 불법행위가 이란 국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한국의 이미지 훼손이 심하다"며 "이란 의회 의원들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법적인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를 나포한 사건에 대해서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환경 오염으로 나포된 것으로 사법적 규제의 틀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술적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당연히 이란 정부는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프랑스가 한국 선박과 선원을 풀어주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이란 정부는 이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든 프랑스든 간에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만약 그들이 사안을 정치화한다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과 프랑스는 한국 선박을 풀어주라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선박 나포와 관련해 "제재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 사회를 갈취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번 사건이 중동지역 내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 "선박나포 정치화 안돼…동결자금 해결하라"(종합)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걸프 해역에서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주사인 디엠쉽핑은 해양오염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 중인 한국케미 선내에 머물고 있다.

이란이 한국케미를 나포한 배경으로 꼽히는 한국 내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6천억 원)로 추정된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으며,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는 한국케미 나포와 이란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날 최 차관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했다.

한국 대표단은 전날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회담했으나, 한국 측은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에 우선순위를 둔 반면, 이란 측은 동결 자금 사용 문제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이날 자리프 장관을 만나기에 앞서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만났으나, 그 역시 "이란의 자산을 동결한 것은 큰 실수이며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란 외무부 "선박나포 정치화 안돼…동결자금 해결하라"(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