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 앞장서고 눈길 속에 배달…밤새워 일하고 동상 입기도
쪽방촌·노숙인 등 더 힘든 취약계층엔 온정의 손길

사건팀 = 새해 초부터 전국에 북극발 한파와 폭설이 휘몰아쳤지만, 거리에서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시민의 삶을 챙긴 이들의 노고가 각박한 현실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한파 속에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취약계층에게 온정의 손길을 건넨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파·폭설과 싸운 이웃들…경찰·경비원·택배노동자
◇ 거리에서 땀 흘린 사람들…녹초 되고 동상 입고
한파에 폭설까지 겹친 지난 7일 새벽 강남구에서는 경찰들이 도로에 고립된 차들을 옮기며 막힌 도로를 뚫느라 분주했다.

이날 오전 1시께에는 올림픽대로에서 성수대교로 올라가는 1차선 진입로에 수입 승용차 2대가 버려진 채 길을 막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쌓인 눈에 바퀴가 헛돌며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출동한 경찰은 긴급 제설에 나서는 한편 급히 운전자에게 연락해 차량 중 1대를 이동하도록 했다.

운전자가 나타나지 않은 나머지 1대는 경찰 견인차를 이용해 옮겼다.

비탈진 도로가 많은 강남 곳곳에서 차들이 언덕길을 오르지 못한다는 신고가 빗발치자 경찰관들은 밤새 여기저기 달려가 차들을 밀어주느라 동틀 무렵 모두 녹초가 됐다.

신경묵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 힘들었지만,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기 전에 길이 뚫릴 수 있도록 빨리 조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비원과 청소노동자들도 주민들을 위해 제설 작업에 앞장섰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인 홍모(73)씨는 7일 새벽 평소보다 출근을 1시간 앞당겼다.

야간 근무자가 있긴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내리는 데다가 아파트 진입로 경사도 심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까 걱정돼서다.

홍씨는 "노인과 장애인이 많이 살고 있어서 외출하시기 어렵진 않을지 걱정이 많이 됐다"며 "한 주민께서 주민이 고생한다고 우유 한 팩을 주셨는데, 일하는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며 웃었다.

택배원 등 배달노동자들은 한파와 눈길 속에 물량이 더 늘어나는 '삼중고'를 겪었다.

강민욱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한파가 몰아칠 때도 노동자들은 대부분 난방 시설이 없는 야외 택배 터미널에서 6∼7시간씩 분류작업을 했다"며 "원래는 몸을 움직이다 보면 열도 나는데, 이번 한파 때는 너무 추워서 다치는 사람들도 나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도로가 얼어 있어 평소보다 배송 시간이 길어졌는데, 한파에 코로나로 배달 물량은 오히려 더 늘었다"고 전했다.

배달업계의 한 관계자도 "지금 날씨에는 장화를 신어도 한 시간 정도만 달리면 발이 동상에 걸리는데, 온몸에 핫팩을 붙여가며 일해도 너무 춥고 휴대전화 배터리도 떨어져 오래 일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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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한 버티는 소외계층 돕는 사람들…"기부 동참 부탁"
새해 벽두부터 몰아친 한파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소외계층에게 더욱 가혹하기만 했다.

얇은 골판지 상자나 골방에서 냉기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껴안고 떠는 이들에게 시민사회단체들과 복지단체 등은 온정의 손길을 건네며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홈리스공동행동과 빈곤사회연대 등이 결성한 '2020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 노숙인들에 대한 긴급구제와 제도개선 권고를 요구했다.

이들은 "한파와 코로나19라는 중첩된 위기 상황은 홈리스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한파가 재앙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에 진행한 '희망2021나눔캠페인'을 통해 전날까지 3천377억원을 모금했다.

사랑의 온도탑 눈금은 96.5도를 기록했다.

모금회는 '양극화 완화를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주된 나눔 목표로 삼아 취약계층의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올해 모금된 금액 자체는 전년 대비 133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부 행위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온도만 놓고 보면 모금이 잘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목표 액수는 전년 대비 757억원을 낮췄다"고 밝혔다.

사랑의열매가 사회적 재난으로 캠페인 목표액을 낮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기부 시점을 당겨 나눔에 동참했다.

나눔 온정이 많아질수록 코로나로 어려운 많은 이웃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기부 동참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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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