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차례 피 뽑는 당뇨환자·신생아 만족도 높아
레이저 채혈기는 피부 수분을 이용해 레이저로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적은 양의 혈액을 채취하는 기기다. 레이저가 수분을 흡수해 발생한 높은 에너지로 1만분의 1초 이하 속도로 피부를 증발시켜 구멍을 뚫어 채혈하는 원리다.
바늘 침(란셋)으로 피부를 찌르는 방식이 아닌 레이저를 통한 방식이기 때문에 바늘에 대한 공포를 덜 수 있는데다 통증도 줄일 수 있다. 바늘 때문에 생기는 2차 감염 위험을 막을 수 있다.
길병원에서 도입한 레이저 채혈기는 국내 헬스케어 기업인 라메디텍에서 제조한 제품이다. 길병원은 지난해 레이저 치료기를 시범 도입해 효과 검증에 참여했다. 당뇨로 입원 치료 받는 환자와 신생아에게 이 채혈기를 사용했더니 환자 만족도가 높았다.
입원 치료 받는 당뇨병 환자는 매일 적어도 4번 이상 혈당 측정을 위해 바늘로 채혈을 한다. 레이저 치료기를 이용하면 채혈시 통증이 적고 레이저로 채혈 부위를 살균할 수 있다. 이기영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 중 바늘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는데 피부에 접촉하지 않는 방식의 채혈이기 때문에 심리적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며 "통증이 란셋보다 덜하지만 충분한 양의 혈액을 채취할 수 있다"고 했다.
피부 조직이 얇고 연약한 신생아도 통증이 적은데다 상처가 거의 남지 않았다. 조혜정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량의 혈액을 필요로 하는 신생아 대상 검사에서 레이저 채혈기를 이용한 채혈의 통증 반응은 기존 란셋 채혈법 보다 확연히 적었다"며 "감염이나 상처 우려가 덜한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 받는 아이들은 모세혈관 채혈을 위해 상대적으로 피부가 두꺼운 발꿈치 부위에서 바늘(란셋)로 하루 3~4차례 채혈을 한다. 레이저 채혈기를 사용했더니 채혈 부위의 상처와 흉터가 남지 않았다.
김양우 길병원 병원장은 "앞으로도 환자의 눈높이에서 불편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기기들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