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한 인물이 스마트폰 후면에 말려있던 화면을 주욱 펼치니 태블릿 PC처럼 넓은 디스플레이가 펼쳐졌다. 두루마리 상소문을 펼치는 듯한 모습에 출시하기도 전 '상소문폰'이라는 별칭이 붙은 LG '롤러블'이다.

LG전자가 11일 밤 10시 온라인으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1 LG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LG 롤러블(LG Rollable)'을 깜짝 선보였다.

LG전자는 제품의 전체 디자인, 스펙 등을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을 보여주는 '티징(Teasing)' 형식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9월 열린 'LG 윙' 공개 행사에서 일부분을 보여준 이후 두 번째다. 당시 LG전자는 제품의 하단에서 화면이 들어가고 나오는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주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자극했다. 반면 이번 영상에서는 제품의 전면부와 실제 구동 모습을 공개했다.
LG전자가 11일 개막한 CES 2021에서 롤러블 스마트폰 구동영상을 깜짝 공개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11일 개막한 CES 2021에서 롤러블 스마트폰 구동영상을 깜짝 공개했다. LG전자 제공.
영상에 따르면 한 인물이 LG 롤러블 스마트폰으로 LG 프레스 콘퍼런스를 시청한다. 영상 속 제품은 평소 바(Bar) 형태의 일반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다 뒤쪽에 말려있던 화면이 펼쳐지면서 태블릿 PC처럼 넓은 화면으로 변한다.

공개된 롤러블 스마트폰 에뮬레이터에 따르면 이 제품은 화면을 펼치기 전에는 6.8인치 크기에 1080X2428의 화면비를 갖췄고, 펼치면 7.4인치 1600X2428 화면비로 확대해 사용할 수 있다. 약 10cm가 늘어나는 셈이다.

영상 끝에는 펼쳐졌던 화면이 말려 들어가며 'LG 롤러블(LG RollableTM)'이라는 제품명이 등장했다.

또 'More to Explore'라는 문장이 나타나며 이 제품이 LG가 추진하고 있는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결과물임을 암시한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LG가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자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첫 번째 프로젝트로 'LG 윙'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가장 빨리 롤러블폰 상용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가 롤러블 스마트폰의 시제품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아직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았다.

LG전자는 현재 평택 공장에서 만든 이 제품에 대해 마지막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특허청에 관련 특허 등록도 마쳤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3월 중 롤러블폰의 완전체 모습이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CES가 전 세계 소비자들이 집중하는 전시회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 티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디스플레이 기술의 정점으로 손꼽히는 롤러블을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최대 가전 전시회를 통해 보여준다는 의미다.

LG전자의 티징 공개와 함께 롤러블 스마트폰 생태계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폴더블·롤러블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매년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에 '롤러블 스마트폰용 에뮬레이터'도 공개했다. 에뮬레이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과정에서 물리적인 제약 없이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장치로 실제 스마트폰과 똑같은 디스플레이 사이즈, 화면 비율로 개발자들이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에 소비자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편리와 재미는 물론 소중한 일상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겠다"며 "LG전자는 혁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