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모습. [사진=뉴스1]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모습. [사진=뉴스1]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중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의 형 A(11)군이 4개월간의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퇴원했다.

6일 사단법인 '따뜻한하루'에 따르면 이른바 '라면 형제'로 알려진 인천 용현동 화재 피해 초등학생 A군은 지난해 12월 화상병동에서 재활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호전돼 전날(5일) 퇴원했다. A군은 얼굴 부위 화상이 심하지 않아 올해부터 학교에 갈 계획이다.

A군은 동생 C군이 숨진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어머니로부터 뒤늦게 사실을 전해듣고 며칠간 슬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만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또 "친구들도 선생님도 너무 보고 싶다"며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A군은 어머니와 함께 인천도시공사 측에서 마련해 준 용현동 주거지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미추홀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A군의 어머니 B(31)씨를 아동보호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주택에서 형제를 남겨둔 채 집을 비웠고 그 사이 발생한 화재로 A군이 크게 다치고 C군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B씨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그가 A군을 돌봐야 하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아동보호사건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아동보호사건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되면 형사 재판이 아닌 가정법원에 사건이 넘겨진다. 이에 따라 검찰이 가정법원에 B씨를 기소하면 형사재판을 받지 않고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감호, 사회봉사 등의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사고는 지난해 9월14일 오전 11시16분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도시공사 임대주택인 4층짜리 건물 2층 형제가 사는 집에서 발생했다.

화재는 B씨가 집을 비운 사이 형제 단둘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화재 당시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휴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가 큰불로 이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소방 당국은 화재 초기 조사과정에서 발화지점인 주방 가스레인지 주변에서 음식 포장지 흔적이 있는 점 등을 토대로 음식 조리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화재로 A군은 전신에 40%, C군은 5%가량 화상을 입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함께 치료를 받던 형제는 호전되는 듯했으나 C군은 사고 37일만인 지난해 10월21일 끝내 숨졌다. A군은 호전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