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과 추상 넘나드는 벨기에 출신 화가쿤 반 덴 브룩 개인전 ‘그림자의 자유’사진 바탕으로 그린 20여년 전작품 모티브로 도시의 일상재해석하는 관점 제시‘산업용 도료’, ‘타르(Tar)’ 활용한새로운 회화 기법 선보여대부분의 사람이 길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단상은 단조롭다. 매일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이거나 목적지로 가기 위한 수단일 뿐, 길 자체를 목적으로 삼거나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벨기에 출신 화가 쿤 반덴 브룩(Koen van den Broek)이 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브룩은 많은 사람이 거리를 이용하고, 모두가 표지판의 사인을 같은 의미로 인지하며, 노숙자건 부자건 평등하게 같은 길을 다닌다는 점에서 길이 기능적, 문화적,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믿는다. 도로를 최초의 건축물로 정의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는 원시의 공간에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도록 이동을 도와주고, 완성된 구조물끼리의 연결이 가능하게끔 한다는 점에서다.도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작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도시와 그 주변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을 탐구해 왔다. 도로 표지판이나 주차장, 격자무늬 보도, 교각, 도로 경계선 등 일상에서 흔히 보는 모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는 이 풍경에 깃든 색감과 기하학적인 요소의 의미에 다시금 주목하도록 이끈다. 현실의 풍경을 선과 면 등으로 단순화해 추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도시의 일상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오던 브룩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서울 한남동 갤러리
도넛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황금빛 도넛 위 흰 눈이 내린 듯한 설탕 코팅과 그 위에 뿌려진 형형색색의 사탕 장식은 마치 보석처럼 빛난다. 막 구운 따뜻한 도넛을 받아들어 베어무는 순간, 입안에서 느껴지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과 달콤함이 주는 행복감. 김재용(50·서울과기대 도예학과 부교수)는 이런 도넛의 매력을 담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김 작가의 개인전 ‘런 도넛 런’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지금 80점 넘는 ‘도넛 연작’ 덕분에 도넛 가게처럼 변했다. 미국 하트퍼드 아트스쿨 조각과를 졸업하고 블룸필드 힐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도자과 석사를 받은 그가 도넛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10년 무렵.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 허덕이고 있을 때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김 작가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도넛을 도자기로 빚어 벽에 걸었다. 그런데 이 작업들이 작업실에 들른 미술계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그 후 김 작가는 밀가루 대신 흙을 구워 만든 도자기 도넛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달콤한 행복감이 담긴 작품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어느새 그는 1000점 넘는 도넛 작품을 만들어 ‘완판’시킨 인기 작가가 됐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신작 ‘런 도넛 런’은 그간 작가이자 교수로 쉼없이 달려온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크롬을 도금해 은색으로 빛나는 ‘유 디드 웰 도넛’ 작품들은 자신에게 주는 트로피를 형상화했다.“초등
지난해 12월은 우리 국민에겐 정말이지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나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전쟁 같은 한 달이었습니다. 12월을 시작하자마자 고도로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2024년에 일어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비상 계엄이 있었고, 놀란 가슴을 채 진정시키기도 전인 12월 말에는 전쟁도 아닌 비행기 사고로 무려 179명이 희생되는 사상 최악의 항공 참사가 발생했으니까요.그 어느 때보다 국민 정신건강이 심히 걱정되는 요즘, 정신과 의사 9명이 쓴 책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를 읽자마자 말 그대로 책 내용이 제 마음에 와서 닿았습니다.이 책은 마치 시집 같은 서정적인 책 제목과는 달리 놀랍고 충격적이며 가슴 아픈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때론 필자들이 풀어놓는 케이스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슬퍼서 책 읽기를 잠시 중단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상황으로 가득한 이 책은 그 어떤 소설보다 강력한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신과 의사 심민영은 이 책의 ‘트라우마’ 편에서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자신의 조모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실을 털어놓으며 글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가장 큰 트라우마를 밝히며 서두를 연 그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 시 심리지원을 하며 만난 이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가족, 친구 등 본인의 내밀한 경험과 교차하며 서술하는 방식을 통해 더욱 몰입감을 높입니다. 그녀는 재난이나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실의 고통과 죄책감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상실의 고통과 죄책감은 고인이 그